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어린 시절이 매우 불우했다. 아버지는 술과 도박에 빠져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폭력을 일삼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았다며 그를 소홀히 했고, 아버지와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가 새엄마로 와 유년기를 폭력적인 가정환경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소년원에 수감되고, 그 후 11년은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의 혐의로 대부분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가정폭력을 겪고 자란 아이들이 사회인이나 부모가 됐을 때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곧 공동체 사회의 큰 해악이며 손실이다.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심리학 전문가들은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공감 무능력’이 흉악 범죄의 매우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랄 때 공감 무능력은 더 커진다고 한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범죄의 악순환을 끊는 첫걸음이다. 공감 능력은 어린 시절 이전인 태교 단계에서부터 키워야 한다.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로 국내 최초의 태교서를 쓴 이사주당은 저서 ‘태교신기’에서 “자녀의 평생 성품은 태중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올바른 성품을 물려주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미움받는 성품을 물려주는 것도 부모의 태교 여하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람의 성품은 본래 하늘처럼 맑다. 부모가 태교에 소홀해 거친 기질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태아는 부모의 거친 기질에 물들어 하늘과 같은 맑은 성품을 잃게 된다”고 했다.
요즘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범죄는 나날이 흉포해지고 있다.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희박해지고 있다.
유영철을 상담한 한 심리학자는 “대개 아버지는 자식의 인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어머니는 생활습관을 형성해 주는데, 유영철은 사람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람에 대한 애착을 형성토록 하는 인성교육이 태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용인으로 시집와서 태교신기를 저술하고 생을 마친 이사주당이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엄마 배 속의 열 달 가르침보다 못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게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용인시가 ‘태교 도시’를 지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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