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헬기 비해 가격 싸고 조종 간편… 날개바람도 적어 방제효과 뛰어나
전남 등 농촌지역 드론시장 급성장
8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삼두리 들녘에서 김영희 씨(36)가 드론(무인기) 조종 연습에 한창이다. 김 씨는 대파 5만3000m²와 벼 3만3000m²를 재배하는 경력 6년 차 농민이다. 그가 농사를 짓는 데 가장 큰 애로는 병해충 방제다. 벼농사의 경우 농협에서 지원해주는 무인헬기로 방제를 한다. 대파는 무인헬기 바람이 너무 세 어린 파 잎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무인헬기 방제를 하지 못한다. 또 대파 밭 흙에 모래가 많아 고장과 사고 우려로 무인헬기 방제를 꺼린다.
김 씨는 지난해까지는 살포기를 사용해 10일 간격으로 방제약품을 살포했다. 인건비와 약품값이 한 해에 1000만 원 정도로 들어가는 데다 농약 중독을 걱정해야 했다. 그는 이런 애로를 극복하기 위해 7000만 원짜리 농업용 드론을 구입했다.
날개가 6개(헥사)인 이 드론은 최장 18분간의 비행으로 약품 17L를 대파 밭 1만 m²에 살포한다. 김 씨는 다음 달부터 10월까지 대파 밭에 드론을 투입할 계획이다. 김 씨는 “병해충 방제가 대파 농사의 50%를 차지하는데 조종이 간편한 드론으로 일이 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드론이 시가 2억 원 정도인 무인헬기에 비해 싸고 조종이 쉽다고 한다. 또 안전사고 위험이 낮고 날개바람이 적어 방제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농민들이 드론에 관심을 보이면서 전남 해남읍에는 판매점 2곳이 들어서는 등 농촌 드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무안에서 농업용 드론을 제작하는 나라항공기술 관계자는 “전남 8개 시군에 판매점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드론은 씨앗이나 비료 살포도 가능해 용도가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도 송전탑 고장 여부 등을 살피는 데 드론 19대를 사용하고 있다. 섬이 많은 전남에 전국 1600개 송전탑 가운데 606개가 있다. 이전에는 사람이 30∼100m 높이 송전탑에 올라가 고장 여부를 살피다보니 작업시간이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하지만 드론 관찰을 하면서 작업시간이 20분으로 줄었고 비용도 절감됐다. 배성환 한전 영업본부장은 “목적지를 지정하면 드론이 날아가는 자율비행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드론 업체 790곳은 농업용 192곳(24.3%), 측량탐사·촬영용 588곳(74.4%), 조종교육사업 10곳(1.3%)이다. 사람들이 장난감으로 여기던 드론이 농업, 오지·재난현장 촬영, 산불·적조감시, 해안선 관찰, 지도제작, 구제역 방제, 경주대회, 관광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면서 산업화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들은 드론 산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남도는 드론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정하고 고흥만 간척지와 보성, 장흥바닷가 380km²를 무인기 비행전용 공역으로 정했다. 이 지역은 항공기가 450m 이하 고도로 비행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드론 자유 비행구간이다. 전남도는 고흥항공센터를 중심으로 150m 이상 고도를 운항하는 산업용 드론 성능시험 등을 진행해 경쟁력을 확보할 전략이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는 “전국 5개 무인기 비행전용 공역 가운데 고흥이 가장 넓어 드론 산업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 드론 제작회사 70여 곳 가운데 7곳이 전남에 있다. 드론은 배터리, 엔진(모터), 날개, 무선제어장치(컨트롤러), 운항 프로그램(FC) 등으로 구성돼 있다. 드론 배터리, 무선제어장치 등은 모두 중국 제품을 쓰고 있다. 드론도 배터리와 유류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이 한창이다. 드론 제작회사 한 관계자는 “배터리는 드론 제작가격의 10%를 차지하는 고가제품”이라며 “날로 성장해 황금시장이 되고 있는 드론 배터리. 무선제어장치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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