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하고 함께 집에 갇혔어요!” 딸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주택임대관리업체(관리업체) 직원들이 “월세를 왜 안 내느냐”며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집 현관문 틈을 실리콘으로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회사원 김모 씨(55)의 중학생 딸과 아내는 2시간 동안 감금당했다. 월세가 밀린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관리업체 직원인 황모 씨(34)와 박모 씨(28)는 “월세를 내지 않으면 중학생 딸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도 했다. 김 씨가 월세를 내지 못하자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들의 발길질에 계단으로 굴러 떨어진 김 씨는 갈비뼈 골절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결국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서울 수서경찰서는 황 씨와 박 씨를 상해와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건물주 대신 건물과 세입자를 관리하는 관리업체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강모 씨(53)는 지난달 집에서 내쫓겼다. 관리업체 직원들이 “월세가 밀렸다”며 강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마스터키를 이용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서다. 월세를 안 낸 지 하루 만에 생긴 일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관리업체는 아예 계약할 때 ‘월세 3일 밀리면 수도와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는 항목을 넣은 뒤 서명을 강요하기도 했다.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업체의 횡포는 수익형 부동산이 많은 서울 강남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관리업체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 감독하기가 쉽지 않아서 나온 부작용이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관리업체는 전국에 180곳(3월 말 기준)이다. 규모가 작은 미등록 업체까지 포함하면 파악이 불가할 정도로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리업체와 분쟁이 벌어져도 세입자들이 하소연할 기관도 없다. 이러한 추심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세입자들이 법에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 관리업체를 관리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며 미루고 있다.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돼 관할 기관이 애매하고 공무원도 법이나 제도 숙지가 잘 안 돼 있다. 세입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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