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여성-아동 안전망 구축
폰 전원 버튼 누르면 ‘SOS 호출’… 순찰차 출동에 CCTV선 경고 메시지
여성대상 범죄 1년새 20% 줄어
서울 성동구의 한 골목길에 들어선 주부 김모 씨(45)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씨는 골목 모퉁이를 돌자마자 허겁지겁 주변을 살폈다.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길이 외진 데다 대낮 주택가라 인기척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마음은 초조해졌고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다급해진 김 씨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원 버튼을 3차례 눌렀다.
같은 시간 성동구청 통합관제센터. “SOS, 긴급 호출입니다”라는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김 씨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고 이름과 나이, 사진 같은 신상정보와 위치정보가 모니터에 떴다. 관제센터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관은 다급한 상황임을 확인하고 9개 지구대 11대의 순찰차에 일제히 상황 발생 메시지를 보냈다. 10초 간격으로 김 씨의 위치정보가 관제센터와 순찰차에 전송됐다. 김 씨와 가장 가까운 CCTV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즉시 행동을 중지하십시오”라는 경고음이 3차례 반복됐다.
지난달 27일 성동구와 성동경찰서가 긴급 상황을 가정해 실시한 ‘안심귀가 훈련’의 한 장면이다. 성동구는 올 3월 자치구 중 처음으로 안심 귀가 앱 ‘집으로’ 서비스를 구축했다. 늦은 시간 귀가하고 범죄에 취약한 여성이나 학생을 위해서다. 24시간 운영되며 성동구에 거주하거나 활동이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성동안심귀가’를 검색해 내려받으면 된다.
서비스 실시 후 성동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2∼5월 성동경찰서에 접수된 여성 범죄 피해는 286건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221건으로 20%가량 감소했다. 성동구는 앞으로 아동과 치매노인에게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등 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임시숙소인 ‘안심주택’도 호응을 얻고 있다. 가정폭력 등으로 피해를 본 여성과 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성동구와 성동경찰서, 사회적기업이 공동으로 운영, 관리한다. 과거에는 모텔 같은 숙박업소를 이용했지만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안심주택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5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는데 지금까지 29명의 여성이 거쳐 갔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안심골목길 만들기’ 사업도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주택 밀집지역의 가스관 담장 창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형광염료를 칠해 범죄자의 옷, 신발 등에 흔적이 남도록 했다. 보안등이 설치되지 않은 어두운 골목 바닥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표지병’과 ‘반사경’을 설치했다.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지원하는 ‘워킹스쿨 사업’, 주민들이 그리는 ‘안전지도’ 등도 성동구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안전인프라 사업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을 위한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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