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4일 충남 금산군 군북면 램테크놀러지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가 회사 측의 관리 소홀에서 빚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주민들은 당국이 문제의 회사를 제대로 관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민감사 청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 경찰 “불산 옮길 때 관리자 없었다”
금산경찰서는 회사가 생산한 불산을 반출하기 위해 트럭의 탱크로리에 옮겨 실을 때 제대로 관리가 됐는지, 불산이 유출된 후 주민들이 대피하도록 신고하는 등의 초동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불산을 트럭의 탱크로리에 옮겨 실을 때 관리자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자가 옮겨 싣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업자만 있었고 그마저 불산을 옮겨 싣는 작업을 실행해 놓은 뒤 자주 자리를 비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불산을 옮겨 싣는 관로에 연결된 밸브가 노후화됐거나 당시 작업자가 조작을 잘못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밸브 등 관련 설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 의뢰했다.
경찰은 다만 주민들이 제기한 회사 측의 늑장 신고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 지었다. 이 회사는 불산 사고가 4일 오후 6시경 발생했고 자체 방제를 하다가 6시 32분경 119에 신고했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일부 동네 사람들이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이미 회사에서 방제작업 할 때 나오는 연기를 목격했다”며 늑장 신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 TV 등을 조사한 결과 고의적으로 늑장 신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대책위 ‘당국감독 적정성’ 감사 청구키로
주민들은 램테크놀러지가 마을을 떠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회사 측이 7일 밤 군북초등학교 체육관에 있는 대피 주민들을 찾아와 “회사를 옮길 생각이나 당장 부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조업을 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거절했다.
김진호 군북면불산대책위원장은 “이 회사는 불산 유출로 가동이 중단된 관련 시설 외에도 다른 위험물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며 “이 시설이 돌아가는 한 이 공장은 화약고이고 주민 불안은 가라앉을 수 없는 만큼 당장 공장 전 시설의 가동 중단을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이 회사에서 여러 번 사고가 발생해 감독기관이 안전점검을 벌이고 시정명령을 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았다. 과연 당국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며 “당국의 감독 소홀은 없었는지 서명을 받아 주민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주민들이 생활하는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램테크놀러지에서 잇달아 발생하는 불산 누출 사고에 크게 우려를 표한다”며 “맹독성 화학물질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당국이 특별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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