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0여명 해설사로 나서 홍보… 외국어 가능하고 시각장애인 동행
생생한 골목의 역사 알려줘 인기
“골목 여행이 풍성해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대구 중구 종로2가에서 25년째 미도다방을 운영하는 정인숙 씨(65·여)는 주민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손님을 대상으로 주변 역사와 길 안내를 수시로 한다. 그는 다방 앞 근대골목투어 2코스를 찾는 관광객을 볼 때마다 침체한 골목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정 씨는 “골목의 숨은 역사 배우기와 지식을 쌓기 위해 중구가 운영하는 도시 재생 관련 강의도 부지런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생을 골목에 머물며 이곳 이야기를 관광객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 해설사에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중구의 근대골목투어가 주민이 이끌어 가는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다. 중구는 최근 대구약령시에 있는 성내2동 주민센터에서 주민 20명을 해설사로 위촉했다. 투어 코스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골목과 동네를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시작했는데 투어 활성화와 골목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어 올해 2배로 확대했다. 15년 이상 거주하거나 10년 이상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주민을 선정했다. 1∼5코스별로 4∼7명씩 활동한다.
음식점과 약국 떡집 카페 인쇄가게 게스트하우스(숙박시설) 등 업종도 다양하다. 김명주 중구 관광개발과장은 “골목 여행과 홍보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대골목투어 해설사는 현재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29명도 선발했다.
지난달에는 장애인 110여 명이 ‘오감만족 행복여행’을 주제로 시각장애인 해설사가 동행하는 골목투어를 즐겼다. 참가자들은 청각 후각 촉각 등을 활용한 관광 안내에 만족감을 보였다. 눈으로 이미지만 보는 청라언덕과 3·1운동길, 이상화 고택 등을 입체적으로 느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벽화와 조형물을 만져 보며 관광을 즐긴 김소향 씨(74·시각장애 1급)는 “장애인 해설사의 구체적인 설명 덕분에 김광석을 마음으로 그려 볼 수 있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중구의 시각장애인 해설사 양성 사업은 지난해 시작했다. 남산사회복지관과 협력해 이론 수업과 실습을 하고 현장 평가를 거쳤다. 일반인 해설사가 여행지 도착을 귓속말로 알려주면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역사를 안내를 하는 방식이다. 해설 내용은 모두 외워서 한다. 현재 9명이 활동하고 있다. 권윤경 해설사(35·여·시각장애 1급)는 “골목 해설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비슷한 장애가 있는 관광객에게 희망을 준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과 장애인들의 활발한 참여로 근대골목투어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열린 관광지’로 지정됐다. 장애인과 노인, 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하고 감상하는 데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 자원이라는 뜻이다. 골목투어의 관광객은 2013년 30만 명에서 지난해 114만 명을 돌파했다.
중구는 골목에 국악과 음악 미술을 가미한 문화투어와 중학교 교사들이 수학 공부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매스투어(수학투어) 등 민간이 제안한 테마 코스를 검토하고 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발길 내딛는 골목마다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오랫동안 추억하는 여행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