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생산량 전국의 70~80% 차지… 과잉생산으로 지난해 재고도 남아
수확철 맞아 농민들 표정 어두워
전북의 복분자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고창, 정읍, 순창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전국 1∼3위다. 특히 ‘고창 복분자’는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돼 있을 만큼 지역의 대표 특산품이자 소득 작목이다. 고창에서 시작된 복분자 재배 붐은 인근 정읍과 순창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요강을 뒤집을 만큼’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때 고창 복분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고창에 젊은 귀농자들이 많이 몰린 데는 복분자 재배가 한몫을 했다.
6월 본격적인 복분자 수확철을 맞았으나 재배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다.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넘친다. 지난해 생산량 중 팔고 남은 재고도 많다.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비슷한 종류의 대체 작목도 이미 과잉이다.
9일 전북도와 고창군에 따르면 현재 복분자 수매가는 kg당 5000원 선. 지난해에는 7000원이었고 수년 전에는 1만 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수매량이 줄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전북지역 복분자 재배 면적은 1171ha로 지난해 1299ha보다 9% 줄었지만 날씨가 좋은 덕분에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늘어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4% 줄어든 4936t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 생산된 물량 가운데 팔다 남은 재고량이 931t이나 된다. 시군별로는 고창군 622t, 순창군 210t, 정읍시 65t, 진안군 17t 등이다. 현재 복분자 재고는 선운산농협 300t, 서순창농협 170t, 흥덕농협 140t, 고창농협 100t 등으로 지역농협 저온저장고에 쌓여 있다. 지난해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복분자 소비가 급감했다.
복분자 재고가 늘어난 것은 대형 소비처인 술, 음료 등 가공업체가 수매 물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복분자는 술로 가장 많이 나가고 생즙이나 음료, 떡 등 음식물 첨가물이 뒤를 잇는다. 지난해 복분자 유통 경로를 분석한 결과 가공업체 수매가 43%로 가장 많았고 농가 직거래 판매 24%, 농협 수매 18%, 산지 수집상 15% 등으로 나타났다. 복분자술 등 가공업체는 연간 가공물량의 15∼18%를 확보해 보관하기 때문에 추가 수매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0년 1320t을 수매하던 보해양조는 올해 700t을 수매할 예정이고 2010년 850t을 수매했던 진로는 올해 수매를 포기했다.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로 복분자주의 선호도가 낮아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대신 오디와 블루베리, 아로니아가 복분자를 대체하는 추세다. 오디와 블루베리, 아로니아의 소비는 꾸준한 상승세다. 오디 소비는 2010년 3970t에서 2013년 4653t, 2015년 5748t으로 증가했다. 블루베리도 2010년 475t에서 2015년 1451t, 아로니아는 2010년 95t에서 2015년 298t까지 늘었다. 와인 수입량도 계속 늘고 있다.
전북도는 6월 한 달 동안 복분자 판매 대책반을 꾸리고, 농협은 출하가격이 더 하락할 경우 농림수산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직거래 장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15일부터 30일까지 복분자 사주기 운동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순창군은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1공무원 1품목 이상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펴고 도시의 친인척과 지인을 농가와 연결해 주기로 했다. 서울 동대문구, 부산 사상구 등 자매결연 지역에 직거래 장터를 열고 도시민이 직접 수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인터넷 쇼핑몰(www.sunchangfood.co.kr) 등 온라인 판매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단순한 보조금 지원은 장기적으로 복분자 산업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농가의 6차산업화, 직거래 등 자구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분자와 오디, 블루베리 등은 생산 시기가 농번기와 겹치고 저장성이 약한 공통점이 있다. 소비가 유행을 타는 점도 문제다. 장기적인 수급 안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작목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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