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은성PSD에 사업비 수백억대 과다 지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경찰, 2곳 포함 10곳 전격 압수수색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부딪혀 숨진 김모 
씨(19)의 영결식이 9일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가운데 유족이 운구차 뒤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맨위쪽 사진). 같은 날
 서울메트로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각종 자료가 들어 있는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맨아래쪽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뉴시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에 부딪혀 숨진 김모 씨(19)의 영결식이 9일 서울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가운데 유족이 운구차 뒤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맨위쪽 사진). 같은 날 서울메트로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각종 자료가 들어 있는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맨아래쪽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뉴시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안전문)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들과 특혜성 계약을 맺고 수백억 원의 사업비를 과다 지급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간 구조적 비리를 파헤치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은 9일 오전 경찰 100여 명을 투입해 서울 서초구 서울메트로 본사와 은성PSD, 또 다른 용역업체인 유진메트로컴,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들이 맺은 계약서류와 회계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와 특혜성 계약을 맺어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100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이며 수사 내용에 따라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 사이의 특혜 규모도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2011년 은성PSD와 체결한 용역계약서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하고 기존 임금의 60∼80%를 보장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38명은 은성PSD가 자체 채용한 직원과 달리 지난해 총 1억 원의 복지비를 받았다. 이처럼 서울메트로가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서면서 그 대가로 특혜성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은성PSD 직원 김모 씨(19)가 사고로 숨진 뒤 안전관리에 맞춰졌던 경찰 수사가 서울메트로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 실태와 비리 규명이 경찰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사장과 지용호 전 서울메트로 감사, 김종원 이숙현 조중래 오윤식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 등을 박 시장 관련 인사로 꼽았다. 서울메트로의 비상임이사는 총 7명으로 서울시 공무원 2명을 제외한 5명 중 4명이 박 시장 인사로 분류된 것이다. 이들의 직접 비리가 없어도 관리 감독 책임론이 제기되면 대권 주자로서 보폭을 넓혀가던 박 시장에게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 박 시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나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다.

경찰 수사가 서울시 내부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높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위탁 용역 계약을 직접 심사했다. 심사 자료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과 은성PSD 자체 채용 직원과의 임금 및 복지비 격차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또 서울시 공무원 2명은 서울메트로 비상임이사(당연직)로 활동 중이다.

한편 서울메트로는 은성PSD 등에 입사한 자사 출신 직원이 용역계약 종료 뒤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특혜 조항을 인사 규정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이 끝나면 자체 채용 직원들은 거취가 불분명하지만 서울메트로 출신은 퇴직 시 받은 명예퇴직금만 반납하면 다시 서울메트로에서 일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는 “특혜 계약이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퇴직자를 다시 서울메트로에 채용할지 여부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강승현 기자
#서울메트로#은성psd#사업비#과다 지급#경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