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총열… 날렵한 몸매… 레이싱카를 닮은 ‘황제의 권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1일 03시 00분


[토요판 커버스토리/보다 스펙터클하게: 사격스타 진종오의 권총]

한순간의 실수로 메달 색이 바뀌는 사격에서는 선수의 집중력 및 장비와 선수의 궁합이 중요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50m 권총 부문 2연패를 달성한 ‘사격 황제’ 진종오(37·kt)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개인종목 3연패를 노린다. 진종오는 올림픽 왕좌를 장기간 지켜오면서 길러진 노련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로도 무장했다.

진종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Morini)가 제작한 권총을 들고 나선다. 총열을 빨간색으로 물들인 이 총은 모리니가 2년여에 걸쳐 오직 진종오만을 위해 제작한 이 세상에 하나뿐인 총이다.

날렵한 디자인은 포뮬러원(F1)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의 레이싱카를 참고했다고 한다. kt 관계자는 “진종오의 손 모양을 본떠 손잡이를 만들었다. 방아쇠, 색상 등 모든 부분을 진종오와 모리니가 상의해 공동 제작했다. 이 총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에 시판될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는 가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제작 과정에 참여해 테스트를 해본 데다 내 의견을 반영해 성능을 개선했기 때문에 권총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서 “장비가 완벽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내가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권총에는 ‘진종오 No.1’이라는 글자도 새겨져 있다. 진종오는 “올림픽에서 많은 기록을 세운 뒤 이 총이 박물관에 전시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격 관계자들은 맞춤형으로 제작된 진종오의 권총에 대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한편 진종오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사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역도화’(265mm)를 신는다. 그는 2009년 미국 콜로라도의 미국 대표팀 훈련장에서 합동 훈련을 하다가 역도화를 신은 선수를 처음 봤다. 귀국한 후 친한 역도 선수의 소개로 역도화를 공급받아 신기 시작했다. 진종오는 “역도화는 신체의 좌우 균형을 잘 잡아준다. 신고 있기 편해 장시간 서서 총을 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사격에서는 시력이 중요하지만 진종오의 시력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진종오는 “대학 시절 시력은 1.5였지만 이제 0.6이 됐다. 표적을 더 정확히 잘 보기 위해 독일제 사격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형 장비로 무장한 진종오가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진종오#사격#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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