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수학여행비가 1인당 450만 원? 아이들에 상처 될 수 있어”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6월 13일 10시 19분


최근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초·중·고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교육 당국의 철저한 지침이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최근 국내여행지는 아예 선택지가 없는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을 받았다는 한 고등학생 학부모는 “(수학여행지가) 중국·백두산·캄보디아 세 군데였고 경비는 90만 원 후반에서 130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학여행에는 일단 보내는 쪽으로 했다. 다 가는데 아이가 자기만 안 가면 기분이 어떻겠나”라며 “(학교에서) 3분의 1정도 되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에 못 간다더라”고 전했다.

이어 “몇몇 부모는 가격 면에서 너무 심하다며 아이들하고 상의해 안 가는 쪽으로 한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안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면서 “다녀온 아이들은 다녀온 얘기를 하느라 한 쪽에서 얘기를 할 거고, 못 간 애들은 그런 얘기에서 빠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어떤 아이들에게는 평생을 갈 수 있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교육부가 철저히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같은 방송에서 주장했다.

안 사무처장은 “교육부에서 수학여행 관련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용에 관한 부분은 전혀 이야기가 없다”며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 대규모 수학여행이 문제가 된 후 ‘소규모로 해야 한다’는 지침은 있는데 비용에 관한 지침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교육부 통계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학기 수학여행을 다녀온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비용을 많이 쓴 상위 10개 학교의 학생 1인당 평균 경비는 246만 원 가량이었다. 수학여행비가 가장 비싼 학교는 한 과학 고등학교로 448만 2000원이었다.

안 사무처장은 “학부모들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못 간 학생들은 자율학습을 시키거나 청소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 심정이 어떻겠나”라며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도 1년에 물가 상승률의 1.5% 이상은 못 올리게 돼 있는데, 수학여행비도 20만 원 안팎은 넘을 수 없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부가 20만 원 이내 정도의 비용으로 국내 수학여행을 권고해 안전하고 교육적으로 다녀올 수 있도록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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