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화력발전소 절반인 26기 밀집
미세먼지, 서울 2배… 송전탑 논란도
“피해대책 마련-추가 건설 철회”… 보령-당진 등 4개시군 14일 국회 회견
충남 서해안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당진에서 서천까지 이어져 있다. 1984년 보령과 서천화력이 가동된 데 이어 1995년 태안과 당진화력이 들어섰다. 꾸준한 증설 끝에 현재 4곳에는 국내 화력발전소 53기의 약 절반인 26기(전체 발전량의 47.2%)가 밀집해 있다. 화력발전소 관계자는 “화력발전에 대규모의 냉각수가 필요한 데다 원료인 유연탄은 수입하기 때문에 뱃길에 가까워야 하고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 송전 비용을 감안할 때 서해안은 좋은 입지 조건”이라고 말했다.
환경의식이 높지 않았던 시절 이들 화력발전소는 지역발전 기대감으로 오히려 일부 주민들의 환영 속에 세워졌지만 환경 오염원으로 낙인찍혀 점차 애물단지로 변했다. 5일 발표된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 조사에 따르면 충남 화력발전소 밀집지역 상공의 2차 미세먼지가 서울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이 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도내 4곳의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석탄이 발전 원료다.
보령과 당진, 태안, 서천 등 4개 시군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 대기환경 피해 대책 마련과 추가 건설 철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앞서 7일 충남도는 화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에 대한 특별대책지역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그동안의 꾸준한 경고음 때문이다. 충남도와 단국대가 보령과 태안화력발전소 인근 주민 150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벌여 3월 발표한 결과 발전소 인근 주민의 혈중 카드뮴 평균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1.8배 높았다. 이에 따라 도는 9월부터 2020년까지 ‘화력발전소 기후환경 조사평가’를 진행해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과학적 실증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 문제로 불화를 빚는다.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불허했다가 1심에서 한전에 패소한 당진시는 지난달 20일 대전고법에 항고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변환소 건축을 승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시민 건강과 재산 보호의 의무도 있다. 이미 지역에는 송전탑 526개와 189km에 달하는 송전선로가 설치돼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충남도는 화력발전소 피해 복구와 예방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시와 더불어 2011년 화력발전세를 도입해 지난해 두 번째로 317억 원(kW당 0.3원)을 부과했다. 서남 해안에서 만들어져 주로 수도권으로 가는 전기의 요금차등제도 추진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서해안을 오염시키면서 생산된 전기의 60%가 수도권으로 가고 이 과정에서 송전탑 문제도 발생한다. 미국처럼 거리병산제 등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인천시 및 부산시와 9, 10월경 국회에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 공청회를 열고 중앙정부에 관련법 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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