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개 사립대 총장 “수시모집, 연중 상시모집으로 전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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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1년내내 수시 선발할 것”… 대학들, 교육부 독주에 반기
서울지역 10개대 총장 모여 ‘미래대학포럼’ 창립식

《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10개 사립대 총장들이 현재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해 놓은 수시모집 일정을 사실상 연중 상시모집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총장들은 13일 ‘미래대학포럼’을 발족시키고 앞으로 매달 한 차례씩 모여 입시와 재정 등 대학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날 발족식에서도 총장들은 입시제도와 대학 구조조정 등이 대학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이를 추진해 온 교육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유력 대학 총장들이 별도 협의체를 꾸려 교육부를 상대로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서울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제1회 미래대학포럼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기풍 
서강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제1회 미래대학포럼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기풍 서강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내 최고 명문 사립대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현재의 대입 수시모집 제도의 일정 제한을 완전히 허물고 연중 상시모집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해외 유명 대학들처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국의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학기나 시기 제한 없이 1년 내내 가능성과 잠재력을 판별해 그때그때 원하는 시기에 신입생으로 선발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총장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최근 수년간 예산을 무기로 대학을 압박해 온 교육부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시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 ‘교육부 족쇄’ 풀자며 손잡은 대학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는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총장과 경희대, 성균관대 본부 관계자 등 서울 주요 대학 관계자 10명이 모여 ‘미래대학포럼 창립식’을 열었다. 사실상 서울대를 제외한 국내 최고 명문대 총장들이 모인 이 자리에는 각 대학 관계자와 취재진, 지방대 총장 등 300여 명이 몰렸다.

총장들은 현재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입시 제도부터 강하게 비판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려 해도 현 입시 제도로는 쉽지 않다”며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입시 제도를 요구하고 조금만 벗어나면 제재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일본의 게이오대는 1년 내내 잠재력이 뛰어난 고교생을 찾아내 교수들이 2시간씩 면접을 보고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면 선발한다”며 “이렇게 뽑은 학생은 대학에서도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낸다”고 사례를 들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실제 고려대와 연세대를 필두로 이 같은 수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시는 교육부가 일정을 정해 놓고 대학이 따르는 식이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은 9월에 원서접수를 시작하고 12월 14일까지 평가와 전형을 거쳐 12월 16일 전에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했다. 모든 대학은 이 시기를 어겨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 염 총장은 “교육부가 정해준 기간에 뽑는 걸 수시라고 하니 용어 모순”이라며 “이런 것들은 풀어 가야 하고 더 이상 (교육부에) 끌려가지 않고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교육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으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대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며 “연세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논의를 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도 “지난달 이 같은 방안을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구두로 제언하기도 했다”며 “당시 이 부총리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두 대학이 주도해 이 같은 수시 개혁안이 구체화되고 다른 대학들도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면 현 대입 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이 입시 제도를 놓고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2007년 참여정부 이후 처음이다. 당시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등 상위권 사립대는 정부의 ‘3불(不)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 금지)’을 반대하며 특히 고교 내신 반영 비율을 강제로 높이려는 정책에 반발해 교육부와 난타전을 벌였다. 교육부는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을 50%까지 확대하라”고 했고 교수들이 집단으로 반대성명을 내는 등 갈등이 격화되자 3주 만에 교육부가 정책을 철회했다.


○ 대학 정책에 ‘쓴소리’, 재정위기에 ‘우려’


자연스레 이날 포럼에서는 대학이 직면한 심각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와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김용학 총장은 “인공지능 혁명과 기술 발전으로 대학도 새로운 지식을 연구하고, 시설 투자도 늘리고, 연구 장비도 도입해야 하는데 국가는 복지 분야에 집중하느라 대학 교육에 투자할 여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사회적 배려 대상자 교육 등 국가가 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도 사립대가 자체 재원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희 총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양교육 강화하자’ ‘전문성 높이자’ ‘특성화하자’ ‘취업·창업 지원하자’ 등 매번 초점과 방향도 달라진다”며 “각 대학이 특성과 역량에 따라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도록 정부가 대학을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3년 반 총장을 하면서 교육부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는 되도록 안 하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한번 해볼까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염재호 총장은 “사명감을 갖고 1년 이상 이 모임을 준비해 왔다”라며 “더 이상 끌려가기만 하거나, 틀 지어진 대로 맞추거나 양적인 지표에 키 재기를 하지 않고 대학들이 선도적으로 이끌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최예나 기자
#미래대학포럼#수시모집#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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