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외국인 바가지요금 ‘꼼짝 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택시-콜밴 불법영업 여전히 기승
5월달 적발 건수 1년새 175% 급증
출입국 몰리는 시간대 단속 강화키로

15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앞 1층 택시 승강장에서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원이 한 외국인에게 대중교통 불법영업 신고엽서를 나눠주고 있다. 경찰청은 2013년부터 전국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노린 바가지요금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관광경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15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앞 1층 택시 승강장에서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원이 한 외국인에게 대중교통 불법영업 신고엽서를 나눠주고 있다. 경찰청은 2013년부터 전국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노린 바가지요금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관광경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8일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앞 1층 택시 승강장. 입국장을 나온 일본인 A 씨가 한국인 초청자가 알려준 목적지(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호텔)가 적힌 메모지를 택시 운전사 B 씨(40)에게 보여줬다.

공항을 출발한 B 씨가 도착한 곳은 호텔 로비 앞 1층이 아닌 지하 주차장. 그곳에서 B 씨는 3만 원이 채 나오지 않은 요금을 현금으로 지불해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주고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B 씨는 4배에 가까운 11만5000원을 결제한 뒤 종이에 볼펜으로 금액을 적은 영수증을 줬다. 한국어를 모르는 A 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택시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충남 아산의 한 기업체 초청으로 입국한 핀란드인 C 씨도 인천공항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짐이 실린 트렁크를 끌고 택시 승강장 방향으로 걷던 C 씨에게 콜밴(밴형 화물차량) 운전사 D 씨(59)가 접근했다. C 씨는 콜밴을 타고 기업체의 주소를 알려준 뒤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미터기 요금보다 2배 많은 25만 원을 냈다.

서비스 세계 1위 공항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엔 요즘 하루 평균 2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입국한다. 국제여객선과 크루즈선을 타고 인천항을 찾는 외국인도 하루 1200여 명이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물리는 택시와 콜밴의 불법 영업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가 최근 한 달 동안 인천공항과 인천항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불법 영업을 하는 택시와 콜밴을 대상으로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106건)보다 175% 늘어난 292건을 적발했다.

이 중 B, D 씨의 경우처럼 미터기 요금을 무시하고 정상 요금의 2배가 넘는 바가지요금을 받은 택시와 콜밴이 124건이다. 지난해 18건의 약 7배로 늘어났다. 특히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수차례 입국해 본 중국인 개별 여행객이 스스로 숙소를 잡고, 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바가지요금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은 요금을 과다하게 받은 2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택시 운전사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미터기 요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잘 모른다는 생각에 바가지요금을 씌웠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런 횡포는 외국인을 초청한 한국인이나 동료 외국인을 통해 민원이 접수돼 대부분 꼬리를 잡히게 된다. 운전사들은 과다하게 받은 요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과태료나 벌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염영규 관광경찰대장(46·경감)은 “인천공항이나 인천항을 통해 처음 입국한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키는 범죄 행위다”라며 “불법 영업에 따른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엽서를 승강장 여러 곳에 비치하고, 출입국자가 많은 시간에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국제공항#바가지요금#불법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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