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1주일 넘게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 강행 저지를 위해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단식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지자체의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지방재정 확충 방안에 대한 해법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도시뿐만 아니라 농어촌 지역의 지자체장들도 이구동성으로 “말로만 지방자치지, 실제로 자치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실질적인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푸념을 쏟아냈다.
지자체장들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실이 엉키고 말았다. 지방자치 발전을 지원하는 행정자치부는 해결을 하기는커녕 더욱 실을 엉키게 만들었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로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듯하다. 문제의 단초는 행자부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행자부의 심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 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추진된 개편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소통하지 않은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은 대단히 거칠고 불합리했다.
수원시의 예를 들자. 정부 개편안이 현실화되면 일반회계 기준으로 시 예산의 13∼14%에 해당하는 연간 1800억 원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된다. 논밭을 피땀 흘려 일궈 얻은 수확량의 절반을 국가가 농부에게서 일방적으로 빼앗아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자고 하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 정부안대로 시행하면 경기 고양, 과천, 성남, 수원, 용인, 화성시의 예산은 연간 8260억 원이 일시에 줄어든다. 자기 집 곳간이 털리는데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주인이 어디 있을까.
줄탁동시((초+ㅐ,줄)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달걀 속에 들어있는 병아리와 밖에 있는 어미 닭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중앙과 지방 간의 상생협력과 소통 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엉켜 있는 실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정부 개편안을 우선 철회하자. 수도권의 도시나 농어촌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없는 살림’인데, 그 안에서 쪼개 쓰라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하자. 행자부는 지방재정과 관련한 충분한 자료를 공개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제3의 기구를 통해 함께 검증하자.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해법도 찾자. 더 나아가 지자체장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방분권형 선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자치제도와 자치재정의 틀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 엉켜 있는 실은 풀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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