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사고본-태백산사고본 1202책, 사업착수 8년만에 6월말 마무리… 19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서 전시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본인 전주사고본(태조∼명종) 614책, 태백산사고본(선조∼철종) 588책을 전주 한지로 인쇄해 복원하는 사업이 이달 말 최종 마무리된다. 2008년 사업에 착수한 지 8년 만이다.
국보 제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약 470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편년체(역사적 사실을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방법)로 기록한 책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실록 복본(複本)화 사업은 전통 한지로 유명한 전주시가 한지산업 활성화를 위해 2008년 문화관광체육부에서 30억 원을 지원받아 추진해왔다. 전주시는 전주사고본 614책의 복본 작업을 2012년 마친 데 이어 태백산사고본 복본 작업을 해왔다.
왕조실록 복본화 작업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 중인 전주사고본과 국가기록원 부산역사기록관에 소장된 태백산사고본을 조선시대 당시의 제작 기법에 따라 전통 한지를 이용해 원본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전주 전통 한지에 현대식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탄생한 복본분은 출판인쇄 소재로서 전통 한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지를 납품한 한지 장인들에게 엄격한 기준의 제작 지침을 제시하는 등 우리의 기록문화와 한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장인들이 가진 기술에만 의존해 오던 전통 한지 제작 방식이 품질 기준에 맞는 주문 생산 방식으로 바뀌게 됐고 전통 한지를 이용한 고급 도서출판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번 복본화 작업은 문화재 복본 제작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그동안 책자로 된 문화재는 박물관 전시용으로 한두 쪽만을 복본으로 제작해 왔으나 이번에는 전체를 복본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통 한지를 이용한 문화유산 복본 제작 시장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사업 이후 초조대장경 복본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전주시는 복본 작업 완료를 앞두고 복본이 끝난 실록의 일부를 먼저 일반에 선보이고 있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복본을 전시한다.
조선왕조실록 전주사고본은 유일하게 보존된 실록이다. 임진왜란 때 춘추관과 충주, 상주사고에 있던 왕조실록은 모두 불탔다. 당시 전주성이 함락될 위험에 놓이자 태인의 선비 손홍록, 안의 등이 나서 전주 경기전에 있던 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초상화)을 내장산에 옮겨 지켜냈다.
김동철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임진왜란 후 유일하게 남아 있는 조선왕조실록 전주사본을 400여 년이 흐른 지금 전주 한지와 첨단 인쇄기술을 접목해 다시 제작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면서 “인쇄산업 분야에서 전주 한지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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