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다음 달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공동 파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공동 파업으로 이어지면 현대그룹 계열 분리 이전인 1993년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이 공동 파업을 한 이후 23년 만의 공동 파업이다. 산업계에 전방위적으로 구조조정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노조들이 연합 투쟁을 예고하면서 ‘하투(夏鬪)’가 본격적인 산업계 이슈로 등장했다.
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 울산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벌과 정부의 책임 규명은 사라지고 대량 해고, 분사와 외주화, 해고 협박을 통한 임금 삭감 등 노동자의 고통 전담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속노조 울산지부, 건설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가맹 산하 조직도 공동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에도 조선업계 8개사 노조 및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가 가입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련)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들의 연합체인 현대·기아차그룹사 연대회의가 공동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막판에 현대차 노조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제2의 현총련’ 구성으로 이어질지 우려한다. 현총련은 1987년 현대그룹 계열사들에 노조가 생기면서 출범해 그룹의 파업을 주도했다가 2001년 해산했다.
올해는 저성장으로 인해 기업들의 임금 인상 여력이 줄어들고,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자 노조들이 연합 투쟁에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는 그룹 계열사 공동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회사별 근로 조건이 달라 불가능하다”고 거부하자 금속노조는 이달 말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다음 달 중하순 파업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개별기업 노조들의 투쟁도 본격화됐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6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조합원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출정식을 가졌다.
공동 파업을 선언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 등 쟁의 발생을 결의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5일 중앙집회를 열고 “철야·천막농성과 점거투쟁, 파업 등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겠다”며 ‘옥쇄파업’ 카드도 꺼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3, 14일 조합원 파업 투표에서 85%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15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강성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의 동력이 약해질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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