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면 영어학원 가는데 수업 제한해 되레 사교육 조장”
“조기 교육, 한국어 습득 장애… 위화감 조성 우려도… 엄격 규제”
서울시교육청이 초등학생들에게 편법으로 영어 선행교육을 한 사립초등학교 15곳을 적발해 행정처분 등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교문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우는 현실 속에서 공교육에서만 이를 막는 것은 정부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 언어 체계에 혼란을 겪고 전인교육도 부족해진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립초등학교 39개교를 대상으로 영어교육 특별장학을 실시한 결과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을 정규 수업시간에 운영한 학교 7곳 △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말하기 대회·인증제 등을 실시한 학교 10곳 △3∼6학년에서 교육과정 편성 기준시수를 초과해 영어 수업을 실시한 학교 4곳 등을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중복 적발된 학교가 6곳이어서 위반 사항이 드러난 학교는 모두 15개교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에서 정부, 시도교육청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교육과정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돼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의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를 편성하거나 영어와 관련된 교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초등학교 1, 2학년 대상 방과후학교 영어 수업은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이번에 적발된 학교 가운데 1, 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 수업을 정규수업 시간 내에 운영한 학교 7곳에 대해서는 학교 법인에 기관경고 등 행정처분을 하고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2학기에도 다시 점검해 시정되지 않으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법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정규 교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금지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올해 2월 “전인적 성장을 위해서는 영어교육을 일정 범위로 제한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한국어 발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 명백히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또 시민단체에서도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크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사립초교의 조기 영어교육을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 사립초등학교 관계자는 “사립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 학부모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학원이 끝나는 오후 10시만 되면 학원 차량 때문에 길이 꽉 막힐 정도로 사교육을 많이 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나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어떤 사립초등학교가 영어몰입교육(영어 이외의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을 하는지는 학부모들의 큰 관심사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립초등학교는 홍보물에 ‘전교생 대상 수준별 영어 교육’ ‘국제이해교육’ 등을 강조하고 각종 영어 관련 교내 경시대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가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부모는 “사립초등학교 등록금이 비싼 것 같지만 공립을 다니면서 영어 학원에 보내는 비용을 따져 보면 비싼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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