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區서도 2배差… 트럭수 따라 ‘미세먼지 나쁨’ 85일 vs 31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심층탐사기획/프리미엄 리포트/미세먼지, 우리 동네는 괜찮나]
화물차-공장 골치 아픈 수도권

19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와 인천 지역이 m³당 53μg으로 ‘보통’ 수준(31∼80μg)이었다.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45μg)도 ‘보통’ 수준이다. 연평균 농도만 보면 두 곳의 지역별 차이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일수로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일평균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날이 서울은 27일이었던 반면 경기와 인천은 41일로 훨씬 많았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똑같이 영향을 받았지만 경기 인천 권역 주민들이 서울 주민보다 무려 14일이나 더 많은 미세먼지 속에서 숨을 쉬어야 했다.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비슷해도 체감 불편도는 다를 수 있다.

○ 화물차 때문에 골머리 앓는 인천

고농도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인천은 국외 미세먼지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데다 항만, 석탄화력발전소, 산업공단이 집중된 지역이다. 인천 남구는 지난해 전국에서 미세먼지 나쁨 일수(84일)가 가장 많았다. 전국 평균(31일)의 3배에 가깝다.

인천발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내항 주변 도로 중 남구 숭의동 인근을 오가는 화물자동차 교통량이 16시간 기준 약 5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곳은 인천내항 등 주요 항만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어서 화물차 등 대형 경유차량들이 도심을 가로질러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58일)는 동네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중구는 인천항으로 이어지는 신흥동과 인천공항 근처인 운서동에 각각 미세먼지 측정망이 설치돼 있는데 양쪽의 미세먼지 측정치가 극단적으로 갈린 것. 항만 근처로 화물차가 더 자주 오가는 신흥동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85일이지만 공항 근처로 영종도에 위치한 운서동의 나쁨 일수는 31일이었다. 중구는 나쁨 일수가 평균 58일로 남구보다 낮지만 동네별로 큰 차이가 나서 대책은 더 정교하게 짜야 하는 곳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미세먼지 저감 예산으로 30억 원의 국비를 받았으나 매칭 예산(국비 지원만큼 지방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이를 정부에 돌려줬다. 항만 물량 수송을 철도로 대체하거나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것 등을 대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경기 지역 미세먼지 원인은 제각각

미세먼지 고농도 상위 10곳 중 경기 지역만 5곳에 달한다. 경기 지역은 도시별로 미세먼지 편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주택가가 밀집한 수원시, 남양주시(이상 29일)는 상대적으로 나쁨 일수가 적다. 반면에 공업시설과 사업장이 밀집한 포천시(71일)는 미세먼지가 더 자주 나타났다.

포천시와 양주시(66일), 의정부시(51일) 등 경기 북부 지역의 미세먼지가 많은 이유는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소규모 사업장과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포천시는 “도로변에 측정망을 설치해서 출근시간인 오전 9∼11시에 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대형 경유차 때문에 도로 주변에만 영향을 미치고 주택지역에는 영향이 작다는 것. 공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도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도 관계자는 “경기 북부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것은 포장이 안 된 도로에 차량 운행이 많아 흙먼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섬유제품 제조업처럼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는 사업장이 몰려 있는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많은 경기 북부 지역 특성상 관리와 규제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경기도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방진시설의 여과포 등을 점검할 것을 주문하고 매연 저감장치가 노후한 화물차를 수리 지원하면서 자발적인 미세먼지 감축을 독려하고 있다.

또 미세먼지 발생 일수가 많은 시흥(50일)과 안산(45일)은 해당 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가 주요 원인이고, 여주(53일)와 이천(45일)은 인근 지자체(안산 등) 산업단지와 충남 지역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이동하는 길목인 데다 분지형이어서 대기 정체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여주나 이천은 비포장도로에서 나오는 흙먼지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교통량에 따라 미세먼지 영향 받는 서울

서울은 종로구의 나쁨 일수가 34일로 지역 평균(27일)에 비해 유독 많았다. 종로구 미세먼지 측정망은 효제동에 있는데 주요 관광지인 동대문시장 인근이어서 대형 관광버스가 몰리는 것을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관악구(35일)와 양천구(33일)도 지역 평균보다 나쁨 일수가 많았다. 관악구는 서부 지역으로 연결되는 교통망, 종로구는 도심지 교통량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서남권이 대체로 많은 것은 인근 산업단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권의 경우 상업단지와 교통량이 많은 서초구는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가 30일 정도로 높게 나타난 반면 주거밀집지역 비중이 더 큰 송파구는 나쁨 일수가 22일에 불과해 인근 지역임에도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는 26일이었다.

인하대 조석연 환경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특정 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정밀조사에 들어가지만 우리는 경유차 운행 등 포괄적 원인만 짚고 넘어간다”라며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과 지자체별 맞춤형 대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미세먼지#화물차#공장#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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