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출신 네 가족 22명, ‘재정착 난민’ 인정…“행복하게 살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17시 41분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요. 나무공예를 하고 싶어요.”

태국 메라 난민캠프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넘어 온 미얀마 국적 나이우 씨(30)는 20일 인천시 중구 운북동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국말로 이같이 답했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한국에서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나이우 씨 가족 5명, 쿠트 씨(44) 가족 8명, 텐소 씨(35) 가족 6명과 태국 ‘움삐엠 난민캠프’에 있던 푸처 씨(33) 가족 3명 등 총 22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23일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태국 난민캠프에서 지내다 ‘재정착 난민’으로 인정된 미얀마 난민이다. 6개월 전 희망을 품고 밟은 나라 한국에서 서툴지만 하나씩 한국말을 배우고 있었다. 깔끔한 미얀마 전통 의상을 입고 기자회견을 한 이들은 때때로 한국말로 답했다. 이들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한다. 한달에 한번은 외부 일정도 가졌다. 바닷가 구경도 갔고 인천 부평시장, 서울 남산타워 등에도 갔다.

특히 아이들은 모두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쿠트 씨의 장녀인 에클루퍼 씨(24)는 “한국에 와서 한국어, 문화, 노래 등을 배우고 있다”며 “앞으로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남자 아이들은 주로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미얀마 난민이 한국 땅에 올 수 있게 된 것은 재정착난민 제도로 가능했다. 이는 해외 난민캠프 등에 있는 난민 중 한국으로 재정착을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면접 등 심사절차를 거쳐 난민으로 수용하는 제도다. 1950년대부터 UNHCR이 추진해 온 제도로 현재 미국, 호주, 캐나다 등 29개국이 재정착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는 재정착난민 4가족 22명 등 모두 51명이 입주해 살고 있다. 이날 처음 공개된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2인실 33개, 4인실 4개 등 총 82명이 살아갈 수 있는 규모로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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