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친구들이 내 미국 생활에 대해 궁금해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총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항상 문 위에 소총이 걸린 걸 보았고, 지금도 동네 스포츠용품 가게에만 가도 거의 모든 유형의 총을 등록해 구입할 수 있다. 경찰도 소총, 권총 등으로 항상 무장하고 다니기 때문에 그들을 때때로 두려워하게 된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이지만 사회 안전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올랜도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그러나 미국인의 총기 소유는 헌법에도 있는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에 규제가 쉽지 않다. 총기 소유는 이제 미국인들에겐 삶의 일부분이 됐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언제든 폭력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은 총기 소지에 엄격한 한국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도 위험한 사건 사고가 가끔 일어난다. 이번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정말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보며 이렇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총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더 큰 사고가 일어났을지 생각해 봤다.
한국에선 그래도 일반인들의 총기 소유가 금지돼 있어 미국보다 항상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콘서트나 클럽 등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총기 난사와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밤늦게 길거리를 다녀도 습격당할 걱정을 안 할 것이다. 미국에 비해 한국에선 경찰을 그만큼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미국도 한국처럼 총기 소유를 엄격하게 관리하면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과 같은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총기 사건에 대한 문제가 없는 대신 다른 유형의 안전 문제를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문제가 자주 떠오른다. 한국에서 오래 지내면서 나 또한 안전 불감증 상황을 많이 목격한다. 학교 근처 골목길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이어도 그냥 지나가는 택시를 자주 보게 되고, 길거리에 있는 소화전 바로 앞에 주차하는 차도 많다. 또 집 뒤에 있는 공사장에서 헬멧을 쓰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루는 공연장을 갔는데 비상구 앞에 상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런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세월호와 판교 공연장 사고는 한국의 안전 의식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대형 사고라고 생각한다.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관계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의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런 사고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만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에 가장 어색했던 것은 ‘빨리빨리’ 문화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더 빨리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가끔은 안전이 뒷전으로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는 이 ‘빨리빨리’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가 났을 당시 나는 2호선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당시 지하철은 한 정거장에 10분씩 멈춰 있었다. 그때 나는 무슨 일이 생긴지도 모른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불편했고, 약속 시간에 늦어 불안했다. 그랬던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물론 한국은 미국처럼 총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안전 조치와 의식의 문제는 여러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한국은 산업과 기술의 빠른 발전 덕에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안전 문화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성장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미국의 안전 의식이 굉장히 높다는 말은 아니다. 미국은 단지 총기 소유로 인한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그 위험을 항상 의식하면서 산다.
한국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한 만큼 위험 요소들은 곳곳에서 점점 더 생겨날 것이다. 안전 의식을 중요시하며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관리해 나간다면 조금 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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