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반발, 車로 경관 치면 살인죄 처벌받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경관 숨질땐 現공무방해치사보다 엄벌

지난달 19일 오후 11시 반 경북 김천시 김천역파출소 앞. 정기화 경위(37)는 혈중알코올농도 0.063%로 차량을 운전 중인 문모 씨(33)를 적발했다. 정 경위는 하차를 요구했지만 문 씨는 이를 무시한 채 정 경위를 운전석 창문에 매달고 10m를 질주했다. 정 경위는 차에서 떨어져 뒷바퀴에 머리 부위가 깔렸다.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6일 만에 숨졌다. 그에겐 둘째를 임신한 아내와 열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3일 오후 4시 전남 담양군 하수종말처리장 삼거리에서 농부 김모 씨(59)는 혈중알코올농도 0.265%로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에게 적발됐다. 김 씨는 집으로 돌아와 반성을 하기는커녕 경찰에 불만을 품고 1t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섰다. 단속 장소에 도착하자 음주운전 단속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순찰차를 발견하고 그대로 차로 들이받았다. 순찰차 트렁크는 절반 이상 부서지고 경찰관 4명이 허리 등을 다쳤다.


○ 차량으로 경찰관 치면 ‘살인죄’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관이 음주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치여 숨지거나 공격받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이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경찰관을 숨지게 하거나 크게 다치게 하는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 살인죄나 살인미수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지만 살인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무시하는 사회 풍토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살인죄 적용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경찰은 차량을 이용해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하면 반드시 차량을 압수하고 몰수 조치하기로 했다.

경찰의 공무집행방해 사범 ‘무관용 원칙’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단속 현장 등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사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공무를 방해하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사범이 2013년 539명에서 지난해 926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만 경찰관 45명이 음주운전을 단속하다 다쳤고 올해 5월까지 1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포함해 ‘주요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구속수사 원칙에 따라 강력팀에서 전담 수사하기로 했다. 주요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공무원 상대 흉기 사용과 관공서 내 흉기 및 폭발물 휴대 범행, 사망 및 중상해 등 중한 공무원 피해, 상습 공무집행방해 등이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사건으로 입은 피해에 대해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음주운전 단속 낮밤 가리지 않는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해 단속을 야간뿐 아니라 주간에도 수시로 실시하고 장소도 계속 바꾸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3시간씩 하던 음주운전 단속을 4시간으로 늘리고 오후 9시부터 단속하거나 오전 3시까지 단속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도 주간에 이동식 음주운전 단속인 ‘스폿 단속’을 펼친다. 20, 30분 단위로 장소를 옮겨 음주운전자가 단속 장소를 예측할 수 없도록 했다.

경찰청은 지방경찰청별로 주 1회 자체 일제 단속을 벌이고 출근 시간대에 전국 단위로 일제 단속을 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경찰이 음주운전 일제 단속을 예고했는데도 2시간 만에 전국에서 534명이 적발됐다”며 “국민이 음주운전을 가볍게 생각해 더 강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음주운전#단속#살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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