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완주군 ‘갈등의 골’ 더 깊어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03시 00분


3년전 행정통합 무산후 갈등 심화… 전주시 예비군훈련장 이전 추진에
완주군 “무책임한 행태” 강력 반발… 전주시의회는 상생사업 폐기 돌입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의 행정 통합이 무산된 이후 두 자치단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완주군은 도넛 형태로 전주시를 둘러싸고 있어 오래전부터 두 자치단체의 통합이 추진돼 왔고 2013년 6월에는 주민투표까지 했으나 완주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4·13총선에서도 정운천 의원(새누리당) 등 전주 지역 국회의원 3명 모두 완주군과의 통합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완주군의 상당수 주민이 여전히 통합에 부정적인 데다 최근 갈등을 부추기는 감정적인 대립까지 빚어져 통합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완주군은 23일 전주시가 덕진구 송천동에 있는 예비군훈련장을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106연대 부지로 일방적으로 이전하려고 하는 데 대해 군민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완주군은 “예비군훈련장 이전 계획이 국방부에 의해 추진되는 것처럼 알려져 완주군민의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군과 주민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전주시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완주군은 예비군훈련장 완주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공문을 군부대와 전주시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군훈련장 이전 후보지가 미니복합타운 조성 예정지로 거론되는 지역이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주시는 송천동 옛 35사단 부지 인근에 있던 예비군훈련장(전주대대)을 사단이 옮겨간 임실군으로 함께 이전하려다 실패한 뒤 올 들어 106연대로 옮기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의회는 전주-완주 상생사업 폐기 절차에 들어갔다. 양 지자체의 행정 통합이 불발된 지 3년 만에 완주군민에게 적용했던 혜택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는 최근 완주군민들에게 적용했던 공공서비스 혜택을 중단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완주군민이 전주시 화장시설인 승화원을 이용할 때 받던 할인 혜택과 노인복지관 이용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조례가 통과되면 완주군민은 이전에는 7만 원이었던 승화원 이용비로 30만 원을 내야 한다. 완주군 노인들의 전주시 노인복지관 이용도 금지된다. 2011∼2015년 완주군민이 전주 승화원을 이용한 건수는 3789건으로 전체의 13.3%를 차지했다. 완주군 노인 419명도 전주시 노인복지관을 이용하고 있다.

2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조례 개정안 보류안을 제출해 통과가 불확실하지만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니다. 상생사업 폐기는 상황에 따라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상생 조례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전주시의회 이명연 의원은 “시군 통합이 무산된 만큼 전주시민의 세금으로 완주군민을 지원할 명분이 없다”면서 “통합 무산에 대한 앙갚음이나 정치적 갈등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토론을 거쳐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완주군의회는 “상생 방안을 없었던 일로 돌리는 것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완주군이 전주시민들에게 제공한 완주공원묘지와 모악산 주차장 할인 등 공공 서비스 혜택 폐지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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