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신발장 정부의 ‘맞춤형 보육’에 반발해 23일 집단 축소운영에 동참한 경기 안산시의 한 어린이집 신발장이 텅 비어 있다. 이 어린이집엔 이날 전체 어린이의 4분의 1만 등원했다. 안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3일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한민련) 등이 주도한 어린이집 집단 휴원 및 축소 운영에 12%가 참여한 가운데 보육대란까지는 아니었지만 학부모들이 급히 연차를 내거나 도우미를 구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국내 최대 어린이집 단체가 다음 달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의 세부 방향에 따라 다음 주에 ‘2차 집단행동’에 돌입할지 결정할 방침이어서 24일 마감되는 종일반(12시간) 집중신청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통학차량은 운행하지 않고 당번 교사가 최소한의 아이만 돌보는 ‘자율 등원’ 형식으로 운영한 어린이집이 전국 4만1441곳 중 4867곳(11.7%)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에선 6383곳 중 871곳(13.6%)이 참여했고, 부산은 1957곳 중 1223곳(62.5%)이 동참해 축소 운영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부 학부모는 어린이집 축소 운영으로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워킹맘 하모 씨(36)는 “‘자율 등원’이라기에 아이를 보내려고 했는데 아침에 교사가 ‘꼭 등원시키셔야겠느냐’고 전화를 걸어와 부랴부랴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어린이집의 집단행동은 을(乙)의 입장인 부모와 아이를 볼모로 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민련의 장진환 회장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은 송구하지만 맞춤형 보육으로 인해 어린이집의 재정난과 보육의 질 악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맞춤형 보육 논란은 종일반 집중신청이 마감되는 24일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한어총)과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한가련)은 종일반 신청률과 정부의 맞춤형 보육 세부 시행계획을 지켜본 뒤 27, 28일에 집단휴원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맞춤반(6시간) 보육료는 종일반의 80% 수준이기 때문에 종일반 신청률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게 어린이집의 주장이다. 종일반 신청률은 23일 현재 60∼70%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당국은 신청이 끝나면 당초 예상했던 8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일반 신청률을 둘러싼 당사자들의 계산은 복잡하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측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당장은 수입이 줄더라도 종일반 등록을 적극 독려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종일반 신청률이 높게 나오더라도 여야정 합의에 따라 종일반 신청 가능 요건은 일부 완화할 방침이다. 만약 종일반 신청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종일반 자격 요건을 더 완화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이미 책정된 맞춤형 보육 예산은 전부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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