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부장판사, 정운호의 외제 중고차 싸게 산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03시 00분


네이처리퍼블릭 후원 미인대회서 ‘딸 1위 입상’ 부장판사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가 친분이 있던 수도권 지방법원의 K 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외제 차량을 중고차 매매 형태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겼다는 의혹이 26일 제기됐다. 정 전 대표와 브로커 이민희 씨(56·구속 기소)의 법조계 로비 사건을 집중 수사 중인 검찰은 K 부장판사 의혹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2014년경 약 5000만 원에 K 부장판사에게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차량의 중고차 거래 시세는 70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를 매매한 시기는 정 전 대표가 경찰에서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때를 전후해서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당시 중고차 시세대로 거래를 했다. 거래대금은 계좌로 송금받았다. 문제가 없는 정상적 거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람의 거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심에서 보석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도록 K 부장판사를 통해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에 로비해 달라고 부탁한 정황이 일부 드러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K 부장판사의 딸은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국내 미인대회에서 1위로 입상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사에 착수할 단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은 정 전 대표와 이민희 씨, 또 다른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구속) 등을 상대로 현직 판검사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이민희 씨 등에게서 2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한 서울중앙지검 김모 수사관을 25일 구속 수감했다. 김 수사관은 2012년경 이 씨와 조모 씨(59)로부터 2012년경 자신의 사기 사건과 관련해 잘 봐 달라는 취지로 금품을 받은 혐의다. 조 씨는 홍만표 변호사(57·구속 기소)에게 사건을 맡기기 위해 브로커 이민희 씨에게 1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현직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한편 검찰이 이동찬 씨로부터 현직 법조인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 진술을 받아내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될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이 이 씨의 진술이 핵심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유무죄 판단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씨로부터 금괴 밀수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45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인천공항세관 진모 전 국장(61)에 대해 “이 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씨 등에게 금괴 밀수에 대한 도움을 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인천공항세관 직원 이모 씨에게는 유죄를 확정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배석준·권오혁 기자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부장판사#외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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