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학생에게 몹쓸 짓한 스쿨폴리스, 강신명 경찰청장은 몰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0시 00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도입된 스쿨폴리스(학교 전담 경찰관) 2명이 자신들이 보호를 맡은 부산의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고, 학교가 이를 경찰에 알리자 사직해 퇴직금까지 챙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것도 한 전직 경찰 간부가 24일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에 “부산 사하경찰서와 연제경찰서에 근무하는 젊은 경찰관이 여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은밀하게 사표를 제출했다”고 올리는 바람에 알려졌다. 부산의 두 경찰서는 이미 일신상의 사유인 것처럼 처리해 두 경찰관의 사표를 수리했다니 페이스북 고발이 없었다면 끝까지 은폐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뒤늦게 감찰에 나선 부산지방경찰청은 두 경찰서가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주요 사안을 경찰서 담당 계장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경찰서장이 보고를 받았다면 당연히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거쳐 강신명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됐어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페이스북 고발에는 “성범죄를 묵살하고 은폐한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을 파면하고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 있다. 동아일보가 최근 현직 경찰 100명에게 물은 결과 강 청장이 잘한 일은 8월 말로 예정된 임기를 무사히 마친 것뿐이라는 평이 가장 많았다. 강 청장이 자신의 임기 말에 돌출한 민감한 성범죄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닌지 경찰 외부에서 특별 감사에 착수해 진상을 가려야 할 것이다.

경찰은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악’을 척결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시책에 따라 열심히 뛰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그 이면에서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라고 배치한 스쿨폴리스가 오히려 학생들을 성범죄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학부모들이 믿고 자식을 맡긴 경찰관의 인면수심(人面獸心)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사직한 경찰관에게 여죄는 없는지 재조사해 형사 처벌하는 것은 물론 퇴직금도 회수해야 한다. 다른 학교 스쿨폴리스에 유사한 범죄가 있는지도 차제에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예방#스쿨폴리스#학교 전담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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