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설탕과의 전쟁’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하다. 영국에서 설탕세 도입을 발표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올 4월 ‘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당류 섭취량 줄이기에 나섰다. 과연 설탕 섭취만 줄이면 비만이 줄어들까. 아쉽게도 설탕 섭취를 줄여도 비만율이 감소한다는 뚜렷한 근거는 부족하다. 미국인의 설탕 소비량은 1970년부터 1985년 사이에 40%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이 기간의 비만율은 오히려 대폭 늘어났다. 설탕 소비만 줄였을 뿐 섭취 칼로리 총량은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비만은 설탕 같은 특정 영양소의 종류가 아닌 총칼로리의 문제로 봐야 한다. 설탕(당류)을 무조건적인 기피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펼치면 미국과 같은 실패를 겪지 말란 법이 없다.
당류 섭취 권장량이 아직도 세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상황을 감안할 때, 단순히 외국의 정책 시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으면 뚱뚱해진다. 비만의 원인을 굳이 식품 종류별로 나눠 따져본다면 g당 4Cal의 열량을 내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설탕보다는 9Cal의 열량을 내는 지방을 줄여야 한다. 즉, 설탕보다는 삼겹살을 덜 먹는 게 더 낫다는 의미다.
한국인은 서구인만큼 달게 먹지는 않는다. 한국인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은 연평균 23kg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kg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당 섭취량 연간 증가율도 0.4%씩으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진짜 문제는 당류 섭취량 증가폭보다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총식품 섭취량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당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오해도 심각하다. 사람들은 탄산음료나 과자에 들어 있는 당은 ‘나쁜 당’이라 피해야 하고, 과일이나 꿀에 들어 있는 당은 ‘착한 당’이라 착각한다. 당 섭취량을 줄이자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 자체를 나쁜 성분으로 규정하거나 탄산음료나 가공식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본질을 흐릴 수 있고 음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의 당류를 과일(33%)과 우유(14.5%)에서 섭취하고 있다.
자칫 설탕만 줄이면 모든 건강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은 착각을 소비자에게 심어 준다면 정부의 정책 발표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넓은 시야의 균형 잡히고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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