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사직야구장을 롯데자이언츠 구단 측에 10년간 장기 위탁하려 하자 시민단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2008년부터 3년 단위로 계약을 하던 것을 10년으로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장기 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용역을 투명하지 못하게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시는 사직야구장 위탁계약이 끝나는 12월 이후 10년 장기 계약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그 대신 낡은 사직야구장 시설을 롯데 측에서 비용을 들여 개선하도록 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7∼9월 임대료 산정을 위한 원가계산 용역이 실시된다.
롯데 관계사의 부산 현지법인화를 요구하고 있는 ‘좋은 롯데 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제대로 된 사직야구장 위탁 용역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 시민단체는 야구장을 장기간 빌려주면서 부산시가 받게 될 임대료가 터무니없게 헐값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2008년부터 롯데 측과 3년 단위로 사직야구장 위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계약 시기인 2008∼2010년 관람객이 연간 120만 명에 달했지만 한 해 임대료는 4억4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일자 부산시는 2011∼2013년 계약 때는 연 10억900만 원, 2014∼2016년에는 연 10억1800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롯데 측이 시공한 전광판 교체비용 등을 공제하면 부산시가 실제 받은 임대료는 한 해 2억8000만 원에서 최고 4억900여만 원에 그쳤다. 이는 임대료를 산정하는 용역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는 한 해 임대료가 10억 원 정도 낮다고 판단하고 부산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원가계산 용역 자료가 롯데자이언츠가 제시하는 자료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롯데 측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원가 계산이 불가능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3년 당시 광고료 수입을 7억5000만 원으로 정하고 임대료를 책정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사직야구장 연간 광고료 매출이 이보다 많다고 보고 있다. 30개인 사직야구장 안 매점 임대료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정명희 부산시의회 의원은 최근 부산시에 대한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에서 “사직야구장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낮게 받아왔다”며 “부산시가 10년 장기 계약을 위해 올해 발주하기로 한 임대료 산정 용역비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는 정 의원의 지적에 따라 올해 말로 끝나는 위탁 계약 기간을 임시로 1년 연장하는 선에서 시가 요구한 용역비 5000만 원을 3000만 원으로 삭감해 30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시민단체는 “사직야구장은 야도 부산의 자부심이자 상징적인 공간이다”라며 “사직야구장의 가치 재평가와 함께 투명하고 정확한 원가계산 용역을 수행하고 모든 과정은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스포츠산업진흥법이 개정돼 프로야구단에는 야구장을 25년간 장기 임대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임대료 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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