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실시될 ‘맞춤형 보육 정책’에 따라 어린이집에서 종일반(12시간)을 이용할 아이의 비율이 정부의 예상치(80%)에 근접한 76%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30일 정부가 발표할 최종 세부 계획에서 그동안 논의해 온 두 자녀의 종일반 이용 자격 완화 방안들이 대폭 축소되는 대신 보육교사의 최저 근로시간(8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4일까지 집중신청 기간을 운영해 자격 요건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중 73%가 종일반으로 편성됐다고 29일 밝혔다. 여기에 맞춤반(6시간) 이용 부모 중 일부가 취업·임신 등으로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종일반의 비율은 76% 정도로 오를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그간 종일반 이용 비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홑벌이 부모도 두 자녀 모두 36개월 미만이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분석 결과 자격 기준을 ‘36개월 미만 두 자녀’로 완화하면 수혜자의 비율이 16%포인트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방향을 바꿨다. 전체 아동의 92%가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꼭 필요한 가정에 알맞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맞춤형 보육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당국은 36개월 미만 중에서도 두 자녀가 쌍둥이 또는 연년생인 경우에만 종일반 이용 자격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맞춤반 아이가 유난히 많은 일부 어린이집의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보육교사의 근로시간을 최소 8시간으로 보장해주는 방안도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어린이집 단체 측은 보육교사의 근무 여건이 불안정해지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어린이집에 운영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되는 기본 보육료도 지난해보다 3% 또는 6%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30일 오후 2시 이 같은 내용의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집 단체는 이날 오후 방문규 복지부 차관 등 당국자들과 면담을 마친 뒤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종일반의 기본 보육시간을 8시간으로 단축하고 나머지 4시간은 바우처로 사용하는 방안을 주장하며 23, 24일 집단 축소 운영을 이끌었던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한민련)은 “‘8시간 안’은 아예 논의되지도 않았다”며 “소속 어린이집들로부터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휴원하겠다’는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 어린이집이 3만여 곳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한어총)과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한가련)은 우선 정부의 최종 발표 내용을 보고 다음 달 4일부터 휴원 및 축소 운영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진통 끝에 세부 계획을 내놓기로 했지만 많은 학부모는 제도 시행 이틀 전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 채 혼란에 빠져 있다. 3세 아들을 둔 전업주부 이모 씨(33)는 “오후 3시 이후에 특별활동을 진행했던 어린이집은 맞춤반(오후 3시 종료)이 신설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등·하원 차량이 지원되는지 등을 어린이집에 문의해도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뿐이었다”며 답답해했다.
서문희 한국보육진흥원장은 “당장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상하고 미리 대응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은 시행 이틀 전까지도 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이 세부 계획을 놓고 씨름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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