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집단 성폭행’ 추적 형사, 난제 이렇게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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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30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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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5년 만에 밝혀진 22명 집단 성폭행 사건은 어떻게 세상에 드러난 걸까.

2011년 9월 집단 성폭행이 발생한지 1년여가 지난 2012년 8월, 서울 도봉경찰서 김장수 경위에게 수상한 제보 하나가 들어온다. 22명의 가해자 중 몇 명을 다른 사건으로 조사하던 중 한 제보자로부터 ‘이 친구들 예전에 이러이러한 일도 벌였다’라는 제보를 입수한 것.

김장수 경위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시 피해자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넘었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김 경위는 “밖에 나가는 걸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심지어 바로 앞에 심부름을 시켜도 안 나가고 집에서만 있는 피해자들에겐 치료와 회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의 회복, 피해자 부모와 지속적 유대관계 유지 등 상황을 지켜본 뒤에 피해자 부모로부터 피해자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연락을 받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을 처음 만난 후) 몇 년 동안은 사건 얘기를 일체 안 했다”면서 “일단 마음을 여는 게 중요했고, (피해자가 속마음을 털어놓은 이유는) 피해자가 (제게) 믿음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이 침묵한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김 경위는 “피해자 주변에 사는 가해자들이 많았다”면서 “어린 나이고 이걸 누구한테 알리거나 신고를 하면 보복 우려도 있어서 혼자 마음고생이 상당히 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경위는 보다 자세히 ‘22명 집단 성폭행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를 전혀 모르는 가해자가 피해자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약점을 잡아 산으로 불러낸 뒤) ‘술을 다 마셔야지 보내준다’, ‘(조작한) 게임을 해서 이겨야 보내준다’는 등의 말로 협박해 만취하도록 술을 먹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성폭행 가해자 11명이) 일주일 후 ‘성폭행을 했다’고 소문을 내면서 추가로 ‘이제 (2차 성폭행) 할 사람들’ 하니까 너도 나도 ‘하겠다’고 했다”면서 “친한 친구들끼리 이게 점점 이제 퍼지다 보니까 최종 22명까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협박의 강도는 1차 때보다 강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너희들 1차 때 일 당한 것을 소문낼 것이다’, ‘너희 있는 데로 우리가 갈까 아니면 너희들이 올래’ 이런 식으로 얘기도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피해자들이) 나오라는 장소로 갔다”면서 “처음엔 10명이 모였지만, 산으로 데리고 가는 도중에 전화로 친구를 모아 총 22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범행이 밝혀진 뒤 “(가해자들이) ‘당시 잘못인지는 알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큰 잘못이었는지는 이제 몰랐다’(고 말했다)”면서 “‘피해자가 그렇게 충격을 받았는지는 몰랐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도봉경찰서는 ‘22명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 A 군 등 3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고 B 군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범 외 공범 6명은 특수강간 미수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피의자 12명은 조사를 마치고 각 소속 부대 헌병대로 인계할 예정이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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