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 직장인 자녀에 ‘무임승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수술대 오르는 ‘건보료 불평등’]건보료 부과체계 문제점은
연금소득 등 4000만원 미만… 피부양자 기준 너무 느슨

직장에서 월 400만 원을 받는 50대 직장인 A 씨는 매월 건강보험료로 12만2400원(400만 원×3.06%·본인 부담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A 씨가 퇴직 후 지역 가입자가 되면 소득이 없는데도 건보료는 오히려 월 22만8800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른다. A 씨가 보유한 아파트(시가 5억 원과 중형 승용차 1대 등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의 최대 쟁점이다. 현재 직장 가입자는 소득, 지역 가입자는 소득뿐만 아니라 아파트, 차량 등 재산과 성별, 나이 등 각각 다른 기준으로 건보료가 매겨지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불합리한 건보료 제도의 문제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 개편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30일 더불어민주당은 건보 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직장, 지역 가입자 간 구분을 아예 폐지하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직장, 지역 가입자 구분은 유지하되 금융 소득과 재산에 매겨지는 종합소득 보험료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각각 검토 중이다.

2052만 명이나 되는 피부양자 제도도 논란거리다. 현재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면 건보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피부양자 기준이 연간 연금 소득, 금융 소득, 근로소득과 기타 소득을 합친 금액이 각각 4000만 원 미만으로 너무 느슨하다는 데 있다. 예컨대 8억 원 상당의 주택과 20억 원가량의 예금을 가진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퇴임 뒤 지역 가입자가 되면 월 24만2000원의 건보료를 내야 하지만 직장 가입자인 자녀의 피부양자가 되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재산이 적을수록 건보료 부담이 늘도록 설계된 점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재산을 ‘최저 100만 원에서 최고 30억 원 초과’까지 총 50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가장 재산이 적은 1등급(평균 재산 275만 원)은 재산의 1.7%를, 50등급(재산 30억 원 이상)은 0.11%를 적용하는 등 등급에 따라 다른 건보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소득을 단일 기준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하지만 반발에 부닥쳐 중단된 과거 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당장 보험료를 인상하기보다는 3, 5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건보료#부과체계#연금소득#피부양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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