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벌이는 ‘설탕과의 전쟁’은 무조건 설탕의 양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니다. 단맛에 길들여진 소비자가 맛은 그대로라고 느끼지만, 설탕을 과하게 먹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4년 8월부터 제품의 당 함량을 줄이는 연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마시는 요구르트에 당분이 너무 많다”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구를 맡은 이재환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유제품팀장은 먼저 당분을 줄이면서 단맛까지 줄일지, 아니면 단맛은 유지할지 고민했다.
고심 끝에 단맛은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에는 원료 배합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설탕과 과당 등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당과 올리고당, 벌꿀 등 천연당을 얼마의 비율로 섞을지 결정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비율이 잘못되면 침전물이 생기기도 했다. 연구팀은 당을 줄인 제품이 기존 제품에 비해 맛이 못해 인기가 떨어질까 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기존 제품의 매출을 앞서기 시작했다.
저당이 인기를 끌면서 ‘에이스’와 ‘야쿠르트400’은 모두 당을 줄인 제품으로 바뀌었다. 당을 줄인 ‘야쿠르트라이트’는 올해 4월 월 매출이 2014년 8월 첫 출시 당시의 4.7배가 됐다. 신제품 출시 때부터 저당으로 만들어진 ‘메치니코프’는 하루 평균 17만 개가 팔리며 1년 만에 5000만 개 이상 나갔다
매실청을 담글 때 쓰는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설탕 시장(일반 소비자 구매)의 규모는 2013년 2044억 원에서 2014년 1735억 원, 지난해 1439억 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올리고당 등 액상당과 대체 감미료 시장은 커지고 있다. 액상당 시장은 2013년 880억 원에서 지난해 940억 원으로 켜졌고, 대체 감미료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은 2011년 ‘백설 자일로스 설탕’과 ‘백설 타가토스’를 선보였다. 자작나무와 옥수숫대에서 추출하는 자일로스는 단맛이 설탕의 60% 정도다. 설탕과 자일로스를 10 대 1로 섞으면 설탕 흡수가 평소보다 약 40% 줄어든다.
대체 감미료를 개발하는 CJ제일제당의 신소재연구센터에서는 특히 감미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성분인 효소를 찾고 개량하는 연구에 집중한다. 5∼6년의 감미료 개발 기간 중 절반은 효소를 찾고 개량하는 시간이다.
김성보 연구원은 “감미료를 만들 때는 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열에 잘 견디는 효소를 찾기 위해 해당 (효소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전국 각지 온천을 찾아다닌다”고 말했다.
남양유업도 커피믹스 주력 제품인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당 함량을 스틱당 6g에서 4g으로 33%가량 줄였다. 요구르트에 함유된 당 함량도 30%가량 줄였다. 동서식품도 자일리톨과 벌꿀을 넣어 당을 30%가량 줄인 ‘맥심 모카골드 S’와 칼로리를 줄인 ‘맥심 1/2 칼로리’를 내놨다.
당을 줄이기 위한 식음료 업체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민 CJ제일제당 스위트너CM 팀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건강한 단맛을 추구하는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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