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세먼지 관리 세부대책 ‘맹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3시 00분


5조 예산은 “향후 확정”… 경유차 운행제한은 “협의중”
발표 날짜도 오락가락… 부처 갈등 의혹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예산 확보는….”

“앞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확정할 겁니다. 연구에도 착수하고….”

1일 미세먼지 관련 정부 브리핑 현장에서는 ‘향후’ ‘미정’ ‘부처 간 협의’란 단어가 수시로 튀어나왔다. 정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까지 미세먼지 저감에 5조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세부 대책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 150만 대, 전기·수소차 충전소 3100곳 확대(3조7600억 원 투입)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1800억 원 투입)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구입비 지원 600만 원→1200만 원 △노후 경유차 폐차 후 신차 구매 시 세금 감면 등이다. 환경부를 포함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이 합동으로, 지난달 3일 발표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세부안을 내놓은 것.

하지만 세부 대책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구체적 내용과 일정이 미정인 채 발표됐다.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등에 투입될 예산 5조 원 확보에 대해서는 “부처 간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발전 분야 미세먼지 저감방안 세부안 역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10기 폐쇄 등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실행 방법은 7월에 확정하기로 했다. 수도권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제도(LEZ) 확대 결정도 구체적인 시행 지역, 시기, 대상 차종은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2005년 이전 출고된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규 승용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6개월간 70% 감면(한도 100만 원)한다는 내용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대책이란 지적을 받았다. ‘신규 승용차’에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슈였던 경유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7월 중 에너지 상대가격 연구에 착수하겠다’고만 밝혔다.

부실은 발표 전부터 예고됐다. 정부는 세부 계획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브리핑 계획을 공표했지만 5시간 뒤 돌연 취소했다. 하지만 1일 오전 6시 ‘예정대로 (발표)한다’고 번복했다. 발표 당일까지 오락가락한 끝에 내놓은 세부 계획이 반쪽짜리인 것으로 나타나자 “부처 간 갈등이 재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미세먼지#초미세먼지#경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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