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소득중심 부과로 점진 개선… 연내 개혁 시동 걸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수술대 오르는 ‘건보료 불평등’]<下> 보건-복지 전문가 제언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소득 중심의 동일한 부과기준’을 주요 내용으로 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건보료 개편에 즉시 착수하고, 부과 대상은 수년 동안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데 뜻이 모아지고 있다. “더 이상 건보료 개혁을 미뤄선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건보료 개편안 사전 조사에 나섰고 국민의당 역시 개선안 방향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동아일보 취재팀은 보건·복지 등 전문가 10여 명에게 구체적인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에 대해 심층적인 의견을 들었다.

○ 정확한 소득 파악이 우선 과제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건보료 부과는 원칙적으로 소득 중심으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재산, 자동차, 성·연령을 반영해 건보료를 내는 현 부과체계는 형평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할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인 ‘증여’ ‘상속’ ‘퇴직금’에 건보료를 물리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중심’ 개편에 앞서 지역가입자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지역가입자의 40∼50%는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건보료를 걷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칫 직장가입자만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단칼’보다는 ‘단계적 개선’

건보 개혁은 시급하지만 조급증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소득, 재산, 가족 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던 것을 단칼에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려다 자칫 국민적 반발을 불러 개혁의 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재산에 부과되는 보험료 항목의 순차적 감소 △종합소득 2000만 원 이상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를 소득 비례로 개편 △재산 5000만 원 이상 직장가입자에게 보험료 추가 부과 등을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가입자의 90%는 건보료가 내려가지만 10%는 오를 수 있다. 그 10% 중 상당수는 사회적 영향력이 센 오피니언 리더”라며 “인상에 대한 이들의 불만감을 낮추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보료를 10만 원 냈다면 내년에는 11만 원, 후년에는 12만 원 식으로 올려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개선은 단계적으로 하되 시작은 올해 안’이어야 한다고 못 박은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건보료 보장성이 커지는 반면 재정 감소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전체 복지 틀과 함께 고려해야

건보료 개선은 국내 사회복지의 전체 틀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특히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 대상이 노인층이기 때문. 65세 이상 노인은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면 이들에게서 건보료를 걷지 못한다. 반면 고령자 병원비가 늘면 건보재정은 어려워진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유럽, 일본 등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연금제도가 한국보다 안정적이다. 노인들이 넉넉한 연금 소득에서 보험료를 내도 생계에 무리가 없다. 반면 한국의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85만 원 내외에 불과하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국민연금제도를 성숙시켜 은퇴자들의 복지가 나아지고, 그에 맞춰 건보료도 서서히 전환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보료 개편이 한국 사회 전반의 변화상을 담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봇, 자동화 등으로 노동 구조가 달라짐에 따라 개인의 소득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준영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근로소득만으로는 충분한 보험료를 걷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건강보험료도 종합소득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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