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동성애자, “술 한잔 하자” 며 노숙인 2명 유인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10시 53분




여장을 한 동성애자가 남성 노숙자 2명을 자신의 방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4일 부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3일 오후 4시 반경 부산 동구 수정동 김모 씨(66)의 월세방에서 남성 2명이 숨진 것을 집주인(62·여)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최모 씨(53)는 목과 가슴 등이 흉기에 찔린 상태로, 이 모씨(45)는 스카프에 목이 졸린 상태로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집 주인은 “비가 많이 오는데도 창문이 열려져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침대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은 통신 추적을 통해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하고 이날 오후 경남 양산시 한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그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동성애자인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3시 반경 여장을 하고 부산역으로 가서 노숙자인 최 씨 등에게 “술 한잔 하자”며 자신의 방으로 유인했다.

이들은 술에 취해 김 씨를 여자로 착각한 나머지 먼저 성관계를 맺겠다며 말다툼을 벌였다. 김 씨는 싸움을 말리다 최 씨 등이 욕설을 해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범행 직후 경남 양산으로 도주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3일 오후에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아는 동생이 찾아오더라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김 씨는 2008년 10월에도 여장을 하고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B 씨(당시 45세)을 자신의 방으로 유인해 유사 성행위를 한 뒤 살해한 혐의로 7년간 복역하고 지난해 6월 출소했다. 경찰은 4일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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