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4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1)이 4일 검찰에 출석했다. 대우조선해양에 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전직 대표가 조사를 받는 것은 남상태 전 사장(66)에 이어 두 번째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오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도착한 고 전 사장은 5조 원대의 회계사기에 관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계사기를 지시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시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고 전 사장은 2012년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올라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수조 원대 회계사기를 저질러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책임자로 꼽힌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사장 재임 기간인 2012¤2014년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서 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영업이익 등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5조4000억 원가량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감찰은 또 재무업무 등을 담당한 직원들로부터 성과급이나 경영진 평가를 좌우하는 목표실적을 맞추기 위해 회사 차원의 회계사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과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허위로 꾸며진 회계와 재무구조 등을 바탕으로 수십조 원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이 밖에 회계 사기로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데 고 전 사장이 개입했는지도 파악할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고 전 사장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김갑중 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61)을 지난달 25일 구속 수감했다. 김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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