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A 씨(20)는 지난해 7월 홀로 일본을 여행하다 오사카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 B 씨(22·무직)를 만났다. 외지에서 만난 사이라 반가워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했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다시 만나면서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순진했던 A 씨는 처음부터 B 씨의 말에 질질 끌려 다녔다. 4개월 후 A 씨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자 B 씨는 ‘나중에 갚겠다’며 항공비 200만 원을 송금해달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10일 캐나다에 도착한 B 씨는 A 씨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함께 생활했다.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주인(51·여)에게는 남매라고 속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본색이 드러났다.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 손찌검을 하던 B 씨는 ‘기분이 나쁘다’, ‘다른 남자와 옷깃을 스치고 눈을 마주쳤다’ 등의 이유로 A 씨를 폭행했다. 국물을 얼굴에 쏟아 붓고 추운날씨에 목욕탕에서 기마자세를 취하게 한 뒤 찬물을 끼얹었다. 몸에 새겨진 문신도 보여주며 위협했다. B 씨는 올 3월까지 5개월 동안 A 씨를 13차례 폭행했다. 그는 A 씨에게 10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빼앗았다. 또 A 씨 행세를 하며 카톡으로 A 씨 부모에게 ‘노트북을 사야한다’, ‘체류허가를 받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등의 메시지를 9차례 보내 6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갈취한 돈으로 벤츠 승용차를 사고 명품가방과 옷을 구입했다. A 씨는 행여 가족들에게 보복범죄를 저지를까 무서워 신고조차 못했다.
올 3월 잦은 폭력을 수상하게 여긴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현지 경찰에 B 씨를 신고하면서 그의 행각이 드러났다. B 씨가 도주하자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A 씨를 통해 그동안의 폭행과 금품 갈취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한국의 A 씨 부모에게 통보했다. A 씨 부모는 B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B 씨는 캐나다에서 벤츠 승용차를 3000만 원에 판 뒤 미국으로 달아나 여행을 즐겼다. 그는 돈이 떨어지자 지난달 귀국했고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B 씨를 공갈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B 씨는 경찰에서 “A 씨가 좋았고 돈도 필요했다. 폭행을 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B 씨가 2011년부터 20여 차례 해외여행을 한 것을 확인했다. 또 외국에서 만난 나 홀로 배낭족 한국여성들과 카톡 등으로 연락을 했던 정황도 파악해 여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반면 A 씨는 귀국해 경찰조사를 받은 뒤 “한국 사람이 무섭다”며 서둘러 캐나다로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적극적 신고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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