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창조밸리 등 주변 기획부동산 기승 그린벨트 쪼개팔기로 수십억 시세차익

주택개발 등 미끼 450명에 팔아, 성남시 “계획없다”… 7개업체 檢고발

경기 성남 하남 과천시 등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대에 ‘묻지 마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기획부동산들이 성남 판교창조경제밸리, 하남 택지개발지구, 과천 뉴스테이 예정지 인근에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거두고 있는 사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사에서 확인됐다.

4일 성남시에 따르면 기획부동산 A사는 지난해 4월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의 그린벨트 땅 7768m²를 5억 원에 사들였다. 3.3m²당 20만 원대의 가격이다. 당시는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 개발설이 거론되던 때였다.

약 2개월 뒤 국토교통부는 판교창조경제밸리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A사는 발표 직후 인터넷과 현수막, 언론 광고 등에 ‘그린벨트지만 곧 개발이 될 땅. 임대주택 및 전원주택 가능지’라는 문구를 앞세워 대대적인 분양광고를 냈다. 이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서울 강남 등지의 투자자들에게 토지를 나눠 팔았다. 전체 매도금액은 27억 원. A사는 무려 22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비슷한 시기 B사도 금토동과 맞붙은 수정구 상적동 일대 그린벨트 3만3000m²를 사들였고, C사는 금토동 그린벨트 1만1509m²를 매입해 되팔았다. 이들은 모두 3.3m² 당 20만 원대에 토지를 매입한 뒤 5, 6배씩 부풀려 100만 원대에 팔아넘겼다.

업체들은 판교창조경제밸리 조성에 따른 주거용지가 필요하고 대규모 뉴스테이 예정지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이모 씨(60)는 지난해 중순 종중 공동지분 중 자신의 몫인 1만2000m²를 3.3m²당 25만 원인 9억 원에 팔았다.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성남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함께 실사에 나서 기획부동산 7개 업체를 적발했다. 성남시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한편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7개 업체가 사들인 땅은 그린벨트 16필지 15만 m²에 이른다. 업체로부터 땅을 사들인 사람은 450여 명으로 파악됐다.

성남시 관계자는 “적발된 업체들은 판교창조경제밸리 개발과 30만 m² 이하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것을 악용해 마치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것처럼 속였다”며 “이곳은 개발 계획이 없는 만큼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택지개발지구와 그린벨트가 많은 하남과 뉴스테이가 들어서는 과천에서도 비슷한 투기 행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실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