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작은 학교 살려야”… “교육과정 정상 운영 곤란”
전교생 44명 충남 아산 도고초교… “사교육 없고 다양한 체험활동 가능”
전단지 돌리며 학생 늘리기 안간힘
조그마한 손이 땅속을 힘차게 긁자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우아! 이거 엄청 커!” 아이 주먹보다 큰 감자가 우수수 쏟아졌다.
자주 먹는 감자가 이렇게 난다는 것을 아이들은 1일 처음 알았다. 감자는 봄에 직접 심었다. 시골학교 아이들이라고 농작물이 크는 방법을 모두 아는 건 아니다. 충남 아산시 도고초등학교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주로 쪽파를 재배한다. 1년에 많게는 네 번 농사를 짓는다. 이날 도고초교 텃밭 1322m²(약 400평)에서 나온 감자는 10kg짜리 상자 130개. 하지만 전교생 44명과 선생님, 엄마 아빠 할머니들까지 달라붙으니 금세 캤다. ○ 서로 이름 다 알고 체험 위주 수업
도고초 학생 수는 최근까지 47명이었다. 그런데 한 가족이 도시로 이사 가면서 3명이 줄었다. 학생 6.4%가 한 번에 줄어든 것이다. 3명인 2학년 교실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건 탁구대. 책상이 3개뿐이라 들여놓았다. 학생은 1학년 12명, 4학년 4명, 3학년과 5학년은 7명씩, 6학년은 11명이다.
2학년 담임 송제옥 교사는 “수업 시간에 아이들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는 것까지 다 보여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현경 씨는 “6학년 한 아이가 게임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잘한다며 담임교사가 관련 서적을 사 주고, 4학년 한 학생은 주의가 산만했는데 교사가 일대일로 공부 습관을 잡아 줬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장점이다. 한 달에 한 번 전교생이 인근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배우고, 봄이면 쑥을 캐고 겨울에는 고추장을 직접 담그는 것도 소규모 학교라 가능한 일이다. 학생들은 방과 후인 오후 4시 반까지 모두 학교에 남아 미술, 바이올린, 오카리나 등을 무료로 배운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은 사회성과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걱정한다. 비슷비슷한 친구들과 계속 생활하다 보니 앞서 보려는 경쟁심이 거의 없다. 지난해에는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 핸드볼(7명) 종목에 출전했는데 올해는 5, 6학년 여학생 수가 모자라 포기했다. 축구처럼 여러 명이 필요한 체육이나 그룹 활동은 두 개 이상 학년을 합쳐야 간신히 가능하다. 수업 시간에 모둠 활동을 할 때 교사와 짝을 지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도고초는 신입생을 받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방학에도 전단 1000장을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인근 지역 아파트에 돌릴 예정이다. ○ 교육부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강화”
교육부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곤란하고,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이 저해되는 등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며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권고한다. 학생 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운영비는 많이 들어가고(60명 이하 학교 기준 1년에 3억∼4억 원) 교육적 효과는 떨어지는 소규모 학교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
교육부가 4일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교육청의 적극적인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신설을 신청할 때 전체 학교 재배치 계획도 함께 받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늘어나는 폐교는 귀농귀촌의 초기 거점과 농산어촌 지역의 관광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폐교 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한다. 3월 통폐합 학교 49곳에 247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적정 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을 각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면·도서·벽지 지역 학생 수 60명 이하 학교 △읍 지역 120명 이하 초교, 180명 이하 중고교 △도시 지역 240명 이하 초교, 300명 이하 중고교는 통폐합을 권한다는 내용이다. 60명 이하 학교는 2001년 700곳에서 올해 1813곳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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