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 아니다” 자살 김홍영 검사 자취방에도 고통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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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5일 16시 30분


사진=채널A
사진=채널A

“내 잘못이 아니다.”

지난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33·사법연수원 41기)의 방 벽에 적혀있는 문구다.

5일 채널A가 공개한 김홍영 검사의 자취방 안 사진을 살펴보면 빈 맥주 캔,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다. 그동안 김 검사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했는지 짐작케 하는 풍경이다.

방 안 흰색 화이트보드에는 ‘음주 NO, 담배 NO’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앞서 김홍영 검사의 지인들은 김 검사가 가끔 담배를 피우긴 했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에 한 갑 이상씩 피우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검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은 후에야 방 안에 놓인 담배를 보고 흡연 사실을 알게 됐다.

김홍영 검사는 죽기 전 건강을 챙기기 위해 ‘푸쉬업 100개’, ‘스쿼드 100개’ 등 자신이 구체적으로 할 하루 운동량을 화이트보드에 적어 두기도 했다.

방벽에는 ‘내 잘못이 아니다’(NOT MY FAULT)라는 문구도 적혀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모 씨(58)는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가 5일 김 검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명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한 뒤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평소에 우리 애 성격을 알기 때문에 그 고통 속에서 매일매일을 지옥처럼 보낸 걸 생각하면 정말 피를 토하고 싶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우리 애는 억울하게 갔고, 내일이 49재”라면서 “김모 부장검사(48)는 지금까지 유가족에게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그런 적이 없다며 오리발만 내밀고 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김 부장검사의 폭언, 폭행으로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며 “대검찰청은 지금에서야 진상조사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 씨는 “가해자는 두발 뻗고 자는데 피해자 가족은 마음 졸이며 눈물로 살아야 한다”면서 ▲직접적 책임자에 대한 처벌 ▲법무부장관·검찰총장·서울남부지검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제도정비를 통한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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