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우리가 체감하는 빗물의 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강수량 100mm의 위력

아침에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하던 상훈이는 오늘도 비가 계속 온다는 일기예보와 장맛비로 인한 피해 뉴스를 보며 100mm 강수량이 이렇게나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나 걱정이 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상훈: 엄마, 이번 여름에는 우리 동네에도 비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엄마: 그러네. 몇 해 동안 국지성 호우로 장마라는 개념이 없어지는가 했더니 말이다. 오늘과 내일 우리 동네는 시간당 100mm가량, 전국적으로는 최고 300mm가량 온다는구나.

상훈: 그런데 시간당 100mm이면 고작 10cm인데 어떻게 이렇게 큰 피해가 생기죠?

엄마: 우리가 예보에서 듣는 강수량은 일정 시간 받아진 빗물의 깊이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실제 이 물의 양을 부피로 바꾸어 계산하면 어마어마해진단다.

○ 강수량 100mm


강수량은 내린 비가 어디에도 흘러나가지 않고 그대로 모였을 경우 쌓인 물의 깊이를 의미합니다. 강수량의 단위 ‘mm’란 수심을 나타내는 길이로, ‘빗물이 다른 장소로 흐르거나 증발하지 않고 지면에 스며들지 않는 상태에서의 깊이’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즉, ‘하루 100mm의 강수량’이라고 하는 것은 ‘하루에 비가 10cm까지 차올랐다’는 의미가 됩니다. 눈·우박·싸락눈 등 강수가 고체인 경우에는 이것을 녹인 물의 깊이를 측정한답니다. 비의 경우에는 우량 또는 강우량이라고도 하죠.

‘강수량 10cm’라고 하면 적은 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만, 도로나 지붕 위 등 모든 곳에 10cm가 내리기 때문에 이 빗물이 낮은 곳에 모이게 되면 상당한 양의 깊이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비가 흘러 강으로 모여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 보세요.

덧붙여 1m²에 100mm의 비가 내렸다면 물의 양은 100L(무게로 하면 약 100kg)가 됩니다. 넓은 지역이 합해지거나 여러 시간 계속 비가 온다면 물의 무게만 해도 어마어마하겠지요.

강수량은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원기둥 모양의 용기(대야 등)를 밖에 두고 빗물을 직접 받습니다. 그리고 자로 수심을 mm 단위로 측정하면 그것이 바로 강수량이 됩니다.

강수량 측정에 빗물을 받는 입구와 바닥면의 지름이 같은 원기둥 모양의 강수량계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가 내릴 때 빗방울이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람이나 공기의 저항 등으로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각형이나 삼각형이라면 모서리 부분으로는 빗물이 잘 들어오지만 직선인 부분으로는 상대적으로 빗물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강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강수량계는 어느 부분으로든 빗물이 균일하게 들어오는 원의 성질을 이용하죠. 즉, 원은 어느 방향으로 폭을 재도 그 길이가 일정하므로 원 모양의 우량계로 잰 강수량은 주변에 내린 강수량을 대표할 수 있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물의 깊이로만 보도되는 강수량을 기준으로 실제 강수량을 계산해 볼까요?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비가 10mm 내렸다고 하면, 원기둥 부피를 구하는 방법에 의해 다음과 같이 물의 양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반지름)×(반지름)×(원주율)은 아시다시피 원의 넓이이고, (높이)에 해당하는 것이 보도되는 강수량입니다.

(반지름)×(반지름)×(원주율)×(높이)=(부피)

10cm×10cm×3.14×1cm=314m³(=314mL)

즉, 강수량계 입구의 지름이 20cm라면 10mm의 강수량 부피는 314mL입니다. 입구가 넓고 바닥이 좁은 양동이에 빗물을 받았을 때도 부피를 재서 강수량으로 환산할 수 있죠.

비가 1시간에 1cm만 와도 지름이 20cm 강수량계에서 계산된 물의 부피가 1000mL짜리 우유팩의 3분의 1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이제 지금의 예보에서처럼 넓은 지역에 30cm 이상의 강수량으로 여러 시간 비가 온다고 할 때 그 양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 되나요?

현대의 강수량 측정 역시 측우기의 형태와 원리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용하는 강수량계의 규격은 지름이 20cm인 우량계(입구의 지름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를 사용한답니다. 과거에는 원기둥 모양의 강수량계를 사용해 수동으로 관측했지만, 현재는 자기강수량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관측합니다. 여기서 ‘자기’는 스스로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기상청에서 강수량 측정에 이용하는 자기강수량계는 전도식과 무게식이 있는데요. 전도식 자기강수량계는 일정량(0.1mm, 0.5mm 등)의 빗물이 시소 모양으로 만들어진 한쪽의 그릇에 고이면 그 무게로 인해 다른 쪽으로 스위치를 작동시켜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 신호를 기록해 강수량으로 환산합니다.

○ 체감 강수량


이제 일기예보에서 비가 5mm 미만 온다고 한다면 우산을 챙겨야 할지, 창밖에 내리는 비의 양은 어느 정도나 될지 감이 잡힐 겁니다. 시간당 강수량이 1∼3mm 정도면 우산을 쓰지 않고도 견딜 수 있습니다. 비가 시간당 10mm 내릴 때에는 약간 물이 고인 곳이 생기고 시간당 20mm 정도면 빗소리가 심하고 땅에 온통 물이 고이게 됩니다. 시간당 30mm가 내리면 하수구의 물이 넘치기도 합니다. 시간당 50mm 정도 내리면 양동이로 퍼붓는 듯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기상청(web.kma.go.kr)에서는 비의 강함의 정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단계를 두어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를 집중호우라고 말하는데 12시간 동안 강우량이 80mm에 달하면 호우주의보를 내리고 150mm 이상 비가 내리면 호우경보를 발령한답니다. 이번 주엔 호우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된 곳이 많네요.

여름철 계속되는 비에 안전사고 및 건강에 반드시 주의하시고, 막연히 비가 많이 내린다는 생각을 넘어 한번 그 양을 어림잡아 수학으로도 강수를 체감해 보기 바랍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강수량#기상청#체감 강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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