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검사’ 연수원 동기들 “책임자 처벌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712명 성명… 현직 판검사 참여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 씨가 5일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추모사를 읽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 씨가 5일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추모사를 읽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소속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건 발생 후 48일 만에 형사부 인력을 늘리는 후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검사의 49재를 하루 앞둔 5일 그의 동기 20여 명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이유를 밝히고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기 회장인 양재규 변호사는 “대검찰청에서는 ‘사망 초기부터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느냐”고 질타했다.

김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 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로 젖은 손수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이날 부산에서 상경한 이 씨는 손수 쓴 추모사에서 “형식적인 조사만 한 대검이 우리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은 엄마로서 너무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동기회는 이날 대검 감찰본부에 진상규명 요구 성명서도 제출했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과 현직 판검사, 변호사 등 그의 동기 7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안·특수 등 인지부서(검찰에서 독자적으로 범죄를 인지하는 부서)에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형사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라”며 구체적인 인력운용 개선안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어머니 이 씨는 “우리 애는 이미 죽었는데 업무를 줄여봤자 그게 무슨 대책이냐. 우리 아이의 죽음을 업무 과중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검 감찰 관계자와 면담을 가진 이 씨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고 남부지검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직속 상사의 폭언 등이 김 검사 자살의 원인이라는 일부 주장을 의식한 듯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논어의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태산같이 의연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 구절을 들며 “경험이 부족한 신임 검사, 신임 수사관들이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상사와 선배들의 역할이다.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하고 격려하는 자세를 갖추라”고도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차길호 기자
#김홍영#자살#검사#연수원#성명서#판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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