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소속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건 발생 후 48일 만에 형사부 인력을 늘리는 후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검사의 49재를 하루 앞둔 5일 그의 동기 20여 명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이유를 밝히고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기 회장인 양재규 변호사는 “대검찰청에서는 ‘사망 초기부터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느냐”고 질타했다.
김 검사의 어머니 이기남 씨는 기자회견 내내 눈물로 젖은 손수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이날 부산에서 상경한 이 씨는 손수 쓴 추모사에서 “형식적인 조사만 한 대검이 우리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죽은 아들을 가슴에 품은 엄마로서 너무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동기회는 이날 대검 감찰본부에 진상규명 요구 성명서도 제출했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과 현직 판검사, 변호사 등 그의 동기 7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안·특수 등 인지부서(검찰에서 독자적으로 범죄를 인지하는 부서)에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형사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라”며 구체적인 인력운용 개선안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그러나 어머니 이 씨는 “우리 애는 이미 죽었는데 업무를 줄여봤자 그게 무슨 대책이냐. 우리 아이의 죽음을 업무 과중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검 감찰 관계자와 면담을 가진 이 씨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김모 부장검사를 해임하고 남부지검장,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직속 상사의 폭언 등이 김 검사 자살의 원인이라는 일부 주장을 의식한 듯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논어의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태산같이 의연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 구절을 들며 “경험이 부족한 신임 검사, 신임 수사관들이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상사와 선배들의 역할이다.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하고 격려하는 자세를 갖추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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