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어린이 강제추행한 男 “아가씨인 줄 알았다”…법원 판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20시 16분


“어두워서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아가씨처럼 보였습니다”

지나가는 여성을 성추행해 경찰에 붙잡힌 배모 씨(27)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추행한 여성이 미성년자일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배 씨는 서울 양천구 노상을 지나던 A 양(당시 12세·여)의 입을 막은 뒤 인근 육교로 끌고 가 강제 추행했다. 키가 162cm인 A 양의 사복 뒷모습은 영락없는 성인 여성이었다. 날이 어두워 분간은 더 어려웠다. A 양을 당연히 성인이라 생각했던 배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A 양을 ‘그 여자분’이라고 지칭했다.

재판에 넘겨진 배 씨는 일관되게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배 씨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했기 때문에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3세 미만의 청소년을 성추행했더라도 나이를 짐작하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질렀다면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배 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2년간 신상정보 공개,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자정을 넘긴 심야에 어두운 곳에서 범행이 이뤄져 외형 모습 외에 나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배 씨가 A 양을 성인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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