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2시 반 광주의 한 아파트 6층. ‘OO야’라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 정모 씨(43·회사원)가 불이 나자 안방에서 함께 자고 있던 작은 아들(17·고2)을 안방 욕실로 피신시킨 뒤 큰 아들(20)을 애타게 찾으며 불렀던 목소리였다.
정 씨의 절규는 아래층에 살고 있던 이웃 손모 씨(40)가 들었다. 손 씨는 경찰에서 “자고 있는데 위집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고함과 우당탕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고 말했다. 앞서 정 씨의 집에 불이 난 것을 경비원 김모 씨(65)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119구조대원들이 5분 후 불이 난 아파트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119구조대원들은 안방 침실에서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정 씨를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안방 욕실에 있던 작은 아들은 후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정 씨는 10년 전 이혼해 홀로 형제를 키워 정(情)이 더 애틋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났을 때 큰 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심야영화를 보고 집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큰 아들은 진화작업이 진행될 때 귀가해 울면서 화마 속으로 들어가려던 것을 형사들이 제지했다. 화마는 발생 20여분 만에 아파트 내부 148㎡를 태우고 진화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평소 정 씨가 키우던 개와 고양이 두 마리에서 나는 냄새를 지우기 위해 거실과 작은방에 양초 2, 3개를 켜놓던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양초가 피워진 거실에서 불이 시작된 점으로 미뤄 집에서 키우던 애완동물이 양초를 건드려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정 씨가 화마에 거실로 나갈 수 없자 작은 아들을 안방욕실로 먼저 피신시킨 뒤 큰 아들이 작은 방에서 자는 것으로 생각하고 ‘피하라’고 절박하게 고함을 쳤던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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