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國調 90일간 실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03시 00분


[‘가습기 살균제 참사’ 막을 수 있었다]
국회본회의서 조사계획서 채택… 업체 은폐여부-정부 책임 규명
집단분쟁조정 5년째 제자리… 일각 “징벌적 손배제 도입해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를 호소하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환자는 지난달 기준 3698명이다. 하지만 이 중 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2013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진행된 1, 2차 피해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의 인과 관계를 인정받은 221명(6%) 정도다. 지원 항목도 수술비와 진료비 등에 한정돼 있으며 사망자 95명의 유가족에 대한 위자료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는 2012년 3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당번’으로 인해 피해를 본 환자 80명을 모아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한국소비자원은 “보건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조정 절차를 개시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기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집단분쟁조정은 배상이 결정되면 조정을 신청한 당사자들뿐 아니라 같은 피해를 본 모든 소비자에게 확대 적용되는 선진국의 ‘대표 당사자 소송’과 비슷한 제도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2012년 소비자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인과 관계가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적절한 배상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긴 법정 싸움에 지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해 가해 기업이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옥시가 한국에서만 유해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고, 폴크스바겐이 미국과 달리 한국 정부엔 허술한 리콜 계획서를 내고 대응을 미루는 것도 국내 징벌적 손해배상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것. 국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는 분야는 신용정보 누설이나 불법 하도급 등으로 제한돼 있고 배상액 상한도 피해 규모의 3배에 불과하다.

한편 국회는 6일 본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등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했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 기간은 7일부터 10월 5일까지 90일이며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관련 업체의 책임 소재 및 피해 고의 은폐 의혹 규명 △정부 차원의 책임소재 규명 및 화학물질 관리 정책의 부실 점검 및 제도 개선 등이 목적이다. 조사 대상 기관은 국무조정실,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국립환경과학원, 질병관리본부, 국가기술표준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가습기살균제#국정조사#징벌적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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