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간격 노점… 명동길 숨통이 트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중구청, 실명제 도입 열흘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무허가 노점상들이 매대를 차려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무허가 노점상들이 매대를 차려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대로 양쪽 길가에 노점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틀간 이어진 장맛비로 장사를 망친 탓인지 노점상들은 평소보다 일찍 나와 영업 준비를 서둘렀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거리는 여느 때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그러나 이날 명동대로는 평소와 달리 차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가 지면 빽빽하게 들어선 노점 탓에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이날은 5m 이상 간격을 두고 질서정연하게 설치돼 있었다. 노점 간 숨통이 트이면서 시민들의 통행도 한결 자유로워졌다.

중구는 명동대로 인근의 불법 노점 관리를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노점 실명제’를 도입했다. 실명제가 적용된 곳은 명동길 명동중앙로 충무로길 명동1·3번가 등 5곳. 366개의 노점이 구청에 등록 신청을 했다. 실명제에 참여한 노점상들은 연간 130만 원의 도로점용사용료를 구청에 지불하고 27일부터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구청이 노점상들을 상대로 ‘노점 실명제’를 실시한 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명동대로는 한결 정돈된 모습이었다. 도로 위에 어지럽게 놓여 있던 박스나 전선 등도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잘 정리돼 있었다. 이날 구청 직원들은 거리 곳곳을 다니며 노점 앞쪽에 사업자의 이름과 점용 위치가 적힌 도로점용허가증을 부착했다. 그러나 구청에 신고한 품목과 실제 판매 상품이 다른 일부 노점의 경우 허가증 발급이 보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는 여전히 불법 영업을 하는 노점상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한 불법 노점상은 “인파가 몰리는 주요도로가 아니면 애초에 실명제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긴 하지만, 어차피 단속에 안 걸리는데 굳이 비싼 돈을 내고 허가를 받을 필요 있겠냐”고 반문했다. 실명제가 도입된 곳에서 불과 50m가량 떨어진 건너편 도로에서도 버젓이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중구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노점상들이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노점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던 ‘세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노점 중에는 생계형도 있지만,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버는 기업형 노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사업자등록 없이 현금거래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 무풍지대’에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구청은 향후 2년을 유예기간으로 정하고 세금 등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구 관계자는 “2년 뒤부터 등록 노점상의 재산과 소득을 파악해 생계형이 아닐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김정현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명동길#실명제#무허가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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