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려동물도 재산…지키려던 행위는 정당방위”

반려동물은 재산이기 때문에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이를 지키기 위한 행위는 정당방위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남수진 판사는 자신의 반려견 폭행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상해 혐의로 기소된 오모 씨(61·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자신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려는 ‘소극적 방어행위’로서 정당방위였다는 판단이다.

오 씨는 2014년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함께 타고 있던 김모 씨(39)로부터 “왜 반려견을 풀어놓느냐”는 항의를 들었다.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고 화를 참지 못한 김 씨가 오 씨 품에 안겨 있던 반려견의 머리부분을 수차례 때렸다. 오 씨도 “왜 강아지를 때리느냐”고 항의하며 폭행을 막기 위해 손을 휘두르다 김 씨의 얼굴을 밀쳤다.

하지만 김 씨의 폭행은 멈추지 않았고 양 측은 상대방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두 사람 모두에게 상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김 씨는 벌금 100만 원, 오 씨는 벌금 7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하지만 오 씨는 “김 씨의 폭행에 저항했을 뿐”이라며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법원도 오 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남 판사는 “당시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화면을 근거로 오 씨의 손에 의해 김 씨의 얼굴이 돌아간 사실이 없으며 오 씨의 행위는 김 씨로부터 개를 지키기 위한 소극적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적으로 반려견은 재산이므로 오 씨의 행동은 자신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는 취지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