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돼지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발언 일파만파…조만간 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0일 17시 43분




채널A 방송화면 캡쳐.
채널A 방송화면 캡쳐.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47)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 기획관 파면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9일 나 기획관을 대기발령시킨 교육부는 조만간 정식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나 정책기획관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문제의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이 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나 기획관은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해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 미국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구의역에서 죽은 아이가)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것은 위선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나 기획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신분제 얘기를 꺼냈다’고 전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대화를 하던 도중 문제의 발언이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나 기획관은 당시 식사 자리에서 발언이 논란이 되자 참석자들에게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다음날 이 신문사를 찾아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강선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99%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자신은 1%가 되려는 정신 나간 고위공무원”이라고 비판했고, 양필순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헌법을 부정하고 막말과 극언으로 국민을 모독한 나 정책기획관은 더 이상 공무원 자격이 없다”며 파면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교육부 고위 관료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도 “교육 정책의 기조에 대한 성찰과 방향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나 정책기획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4건 올라와 1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에 교육부는 “나 정책기획관이 과음한 상태로 논쟁을 벌이다 실언을 했다”며 “소속 공무원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3월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단 2~3급)으로 승진했다. 정책기획관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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