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평화공원’ 평화-인권 성지로 자리매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조성 5년 만에 방문객 47만여 명
올 상반기만 5만7000여 명 찾아

2011년 개관 이후 해마다 방문객이 늘면서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 26일 이곳에서는 6·25전쟁 당시 숨진 민간인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린다. 영동군 제공
2011년 개관 이후 해마다 방문객이 늘면서 평화와 인권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 26일 이곳에서는 6·25전쟁 당시 숨진 민간인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린다. 영동군 제공
1950년 7월 26일 정오 무렵, 미군은 그렇게 사람들을 쌍굴에 가둔 채 총을 쏘기 시작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들 중 몇몇 건장한 남성들은 어둠을 틈타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탈출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쌍굴에는 많은 여성, 어린이, 노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미군의 공격에 힘없이 죽어갔다. ―노근리 평화공원 상영물 자막 내용 일부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 2011년 10월 국비 191억 원을 들여 학살 현장 인근 13만2240m²에 조성된 이 공원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1일 영동군 시설사업소에 따르면 사단법인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사장 정구도)이 운영 중인 이곳에는 지난해 13만여 명이 다녀간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 5만7000여 명이 찾아와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공원 안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 평화기념관(1500m²), 교육관(2046m²), 조각공원, 야외전시장 등이 있고 1940, 50년대 미군의 주력 전투기이자 노근리 피란민 공격에 동원됐던 F-86F기와 미군 트럭(K-511), 지프(K-111)도 전시 중이다.

평화기념관 지하 1층에서는 노근리 사건이 일어난 경과를 영상과 모형으로 복합 연출한 것을 볼 수 있다. 경부선 철도 모형과 쌍굴다리 인근에서 발굴된 유해와 유물도 전시돼 있다. 또 당시 사건의 전모와 피해자, 미군 가해자 인터뷰 등을 담은 15분짜리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지상 1층에는 이 사건을 처음 알린 AP통신의 취재 과정과 국내 매체들이 집중 보도한 내용 및 한국과 미국 정부가 각각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를 한 과정,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유감을 공식 표명하는 모습 등이 연출돼 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내용도 설명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과 유사한 국내외 전시관들의 정보와 세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밖에 세미나 참가자 등을 위해 70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2인, 5인, 8인, 15인, 20인실)도 마련돼 있다. 방 하나를 하루 2만∼20만 원씩에 이용할 수 있다. 영동군 시설사업소 강진희 과거사지원팀장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생과 인권단체 등의 방문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문을 연 지 5년 만에 방문객 47만 명을 넘어서는 등 평화와 인권의 대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6일에는 이 공원 위령탑에서 6·25전쟁 당시 숨진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위령제가 열리며, 다음 달 27일에는 ‘제14회 노근리 평화인권백일장대회’가 개최된다. 043-744-1941, nogunri.net

:: 노근리 사건이란? ::

1950년 7월 25∼29일 북한군 공격에 밀려 후퇴하던 미군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항공기와 기관총으로 피란민 대열을 공격해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1999년 9월 AP통신의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정부는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 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의 희생자를 확정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노근리 사건#노근리 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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