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문화적 양념’ 필요한 대구치맥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대구의 대표적 여름 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27∼31일)의 준비가 한창이다. 대구시와 한국치맥산업협회가 개최하는 이 축제가 4회가 되면서 전국적 치맥축제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는 규모를 키워 5일 동안 100만 명가량 즐길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한다.

치맥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므로 “대구치맥축제는 다르다”는 인식을 공유하려면 규모나 관광객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치킨(닭)과 맥주를 즐겁게 먹는 수준을 넘어 ‘닭 문화’를 접목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닭은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유용한 가축이지만 소나 개에 비해 존중하는 인식이 낮은 편이다. 소는 우공(牛公), 개는 견공(犬公)이라며 높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다. 이에 비해 닭은 계륵이나 군계일학, 계두(닭대가리)처럼 비하적으로 쓰는 표현이 많다.

그러나 닭은 ‘계공(鷄公)’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의미와 품위가 있다. 최초의 한자 사전인 설문해자에는 닭을 ‘시간을 아는 가축(知時畜·지시축)’으로 풀이한다.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 때문일 것이다. 소나 개는 이런 능력이 없다.

닭은 새로운 태양이 나타나는 상징물로도 쓰였다. 닭 숲인 경북 경주시 계림(鷄林)은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의 탄생 설화와 관련 있다. 숲에서 닭이 울었다는 기록이나 닭을 용처럼 인식한 계룡(鷄龍)이라는 말이 삼국유사에 나온다.

닭을 키우는 양계(養鷄)는 가난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최근 아프리카의 빈국에 닭 10만 마리를 기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대구치맥페스티벌에는 이 같은 닭의 덕(德)을 함께 생각해보는 콘텐츠를 담으면 어떨까. 닭과 관련된 업체나 상점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치맥이나 삼계탕 같은 닭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닭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을 통해 닭의 덕을 존중하는 ‘계공’이라는 말이 생긴다면 축제뿐 아니라 치킨산업이 발달한 대구의 품격과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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