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마을구판장 진입도로 없어 3개월째 사용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룡마을 공동구판장이 완공 3개월이 넘었지만 개장을 못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진입도로를 개설해주지 않고, 오히려 구판장 옆에 철제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버렸기 때문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룡마을 공동구판장이 완공 3개월이 넘었지만 개장을 못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진입도로를 개설해주지 않고, 오히려 구판장 옆에 철제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버렸기 때문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마을 공동구판장 연결 도로 개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약 2억 원을 들여 건립한 구판장은 진입도로가 없어 완공된 지 3개월이 지났으나 사용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축 구판장 바로 옆 국도에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구판장은 물론이고 인근 농경지 출입도 막아 버렸다.

최근 개통된 울산∼포항 고속도로 범서나들목 입구인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룡마을 입구. 왕복 2차로인 국도 14호선 도로변에 2층 신축 건물이 서 있다. 구룡마을 영농회가 지난해 3월 울주군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320m²의 터에 연면적 144m², 2층 규모로 건립해 4월 완공한 마을공동구판장이다. 기존 구판장이 도로 확장 용지에 편입되면서 이곳으로 옮겨 신축한 것이다. 국도를 지나는 운전자를 상대로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음료수를 판매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신축 구판장은 울주군으로부터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지금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에서 구판장으로 통하는 진입도로(부체도로·附替道路)가 개설되지 않고 있기 때문. 부체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신설 및 확장하기 위해 기존 도로를 이용하던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새로 건설하는 도로를 일컫는 말이다.

도로공사는 울산∼포항 고속도로의 범서나들목을 신설하기 위해 기존 국도 14호선을 이설하면서 2014년 7월 길이 60m, 폭 4m의 부체도로를 개설해 주기로 주민들과 합의했다. 도로 개설 예정지 땅도 매입했다. 구룡마을 영농회는 도로공사의 이 같은 약속을 첨부해 울주군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당초 약속과는 달리 도로를 개설해주지 않고 있다.

주민 항의가 이어지자 도로공사는 현장조사를 통해 “농경지로의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부체도로를 신설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 도로 개설 공사비 450만 원 이외의 용지 추가 매수비용은 필요 없다”며 도로 개설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진출입 도로가 확보되지 않고 있는 구판장 바로 옆 국도에는 도로공사 측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높이 1m 안팎의 철제 가드레일까지 설치했다. 구판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까지 차단해 버린 것. 게다가 구판장 옆에는 단감 과수원이 많아 농민은 물론이고 농기계 출입도 불가능해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됐다. 주민들은 “고속도로와 국도 이설 과정에서 주민이 도로공사에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은 데 대한 ‘앙갚음’으로 도로공사가 온갖 핑계를 대며 부체도로를 개설해주지 않고 있다”며 “2년 전 이설 공사가 끝난 국도에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농사를 못 짓게 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구판장을 4m가량 성토해서 건립했기 때문에 부체도로를 연결시킬 수 없고 원상 복구가 먼저 돼야 도로를 개설해줄 수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주민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 전모 씨(82)는 “구판장 건립 예정지는 국도보다 지반이 낮아 국도 높이만큼 성토하지 않으면 구판장 진출입이 어렵다. 구판장 건축 당시 도로공사 관계자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건축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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